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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간비행 Feb 20. 2023

외모관리 필요성

염색하고 점 빼기


외모는 상대방을 판단하는데 중요한 요소이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좋은 외모의 이성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속물이어서가 아니고 자신의 유전자를 전달할 건강한 균형 잡힌 상대를 찾도록 진화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모가 좋은 이성에게 시선이 가며 이성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자신의 외모를 관리한다. 


어머니는 요양병원에 오래 계시다 돌아가셨다. 코로나전 요양병원에서는 가끔 어르신들을 모시고 민속춤 공연 등 위문행사를 했다. 어느 날 어머니 면회를 갔던 나는 공연관람을 위해 어머니 휠체어를 밀고 공연실 뒤편에 자리했다. 남의 도움이 필요한 노쇠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미리 입장해서 뒤에 자리하고 계셨다. 시간이 되자 앞문으로 비교적 건강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들어오시는데 내 앞에 계시던 노쇠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들어오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쳐다보신다. 


용모 단정한 할머니가 들어오시면 할아버지들의 머리가 레이더처럼 180도 돌아가고 덜한 할머니가 들어오시면 힐끗 보고 그만둔다. 할머니들도 마찬가지이다. 깔끔한 할아버지가 들어오시면 레이더처럼 머리가 돌아간다. 뒤에서 그 광경을 보고 있자니 흥미로웠다. 곧 돌아가실 정도로 노한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이성에게 관심이 있고 깔끔한 외모의 이성에게 눈이 돌아가는 것이 놀라웠다. 


외모가 이성 간에만 중요시되는 것은 아니다. 동성 간에도 외모관리가 잘 된 사람에게 호감을 가지며 심지어 개나 고양이도 외모에 따라 호감도가 달라진다. 같은 동물끼리도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개들은 흙탕물로 지저분한 개보다는 깨끗한 개와 논다고 한다. 이것은 인간이건 동물이건 깔끔한 외모에 호감을 느끼도록 진화되었기 때문이다.


외모는 인물평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당태종은 인재를 발굴할 때 신언서판을 인물판단의 기준으로 삼았다. 신(身)은 외모, 언(言)은 말, 서(書)는 글, 그리고 판(判)은 판단력을 뜻한다. 인물 판단기준의 첫 번째가 신(身) 즉 외모였다. 당의 영향을 받은 고려와 조선시대 에도 신언서판을 인재등용의 기준으로 삼아 외모를 중요시했다. 여기서 외모란 얼굴이나 체형뿐만 아니라 인상, 표정, 복장, 태도 등 외적으로 드러나는 모든 것을 망라한다.


지금은 신언서판이라는 말을 별로 사용하지 않지만 신언서판의 기준은 지금도 적용되고 있다.  취업 시 면접관은 좋은 인재를 찾기 위해 여러 질문을 하고 답변의 논리성과 창의성을 눈여겨보지만 그에 못지않게 용모, 인상, 표정, 복장, 태도 즉 신(身)을 중요시한다. 


이처럼 외모가 이성관계, 찬구관계, 인간관계, 취업 및 직장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거의 모두가 외모관리를 한다. 젊었을 때는 잘나 보이는 쪽으로 나이가 들어가면 젊어 보이는 쪽으로 외모를 관리한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고 외모관리가 지나침은 부족함만 못하다. 자기만족을 위한 외모관리라면 아무렇게나 해도 상관없겠지만 상대에 대한 호감을 위해서라면 그 사회에서 용인되는 수준 내에서 관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혐오감을 주게 된다.



베이비부머인 나는 신언서판과 용모단정이 중요시되는 분위기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용모가 지저분하면 그 사람의 업무능력 마저 의심받았다. 그래서 항상 머리, 면도, 손톱, 복장, 신발 상태에 신경 썼다. 40대 중반부터는 염색을 시작했다. 장유유서가 자연스러운 베이비부머 세대에서는 윗사람보다 나이가 들어 보이는 것은 계면쩍은 일이어서 염색을 했으며 젊어 보이는 것이 좋아서 염색을 했다. 젊음은 정열, 열정, 의욕, 희망을 나타내는 단어 이므로 젊어 보이도록 외모 관리를 했다.


고교시절부터 새치가 한두 개씩 보이더니 30대에는 새치가 제법 많아졌고 40대가 되자 윗사람에게 죄송스러울 정도로 흰머리가 많아졌다. 이때부터 흰머리를 뽑기 시작했다. 내 머리는 우리 애들에게 새치 하나당 10원씩 벌 수 있는 마르지 않는 용돈 저수지가 되었다. 회식 자리에서 애들이 내 흰머리 뽑아서 용돈 챙긴다는 얘기를 했더니 머리숱이 적은 부서장이 그 아까운 머리를 뽑는다고?’ 기막힌 표정을 하더니 너도 곧 머리숱 없어져 하는 경고를 했다. 그 경고 이후 흰머리 뽑는 것을 중단하고 염색을 시작했다. 우리 애들은 용돈저수지를 잃었다.


40 중반에 염색을 시작하여 20년 넘게 매달하고 있다. 머리가 희다고 뭐라 할 사람은 없지만 염색을 멈출 수가 없다. 염색을 멈추는 순간 백발로 변하여 팍 늙어 버릴 것 같다는 우려 때문이다. 백발은 노인의 상징이다. 젊게 살고 싶은 마음이지만 거울에 비친 백발의 모습을 보다 보면 마음까지 늙어질까 봐 우려된다.


얼마 전에는 얼굴에 점도 뺐다. 퇴직 후 새로운 인생의 출발점에서 깔끔한 외모로 시작하고 싶어서다. 최근 몇 년간 등산, 자전거 라이딩으로 땡빚을 쏘이며 운동했기 때문에 얼굴에 검버섯까지 올라왔다. 거울에 비친 얼룩진 내 얼굴이 짜증스럽더니 점을 뻬고나니 깨끗하고 젊어 보인다. 얼마 후 다시 흰머리로 변하고 점도 나타날 것이지만 내가 노인이 되었다고 스스로 생각할 때까지는 염색을 하고 점도 뺄 생각이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젊어 보여야 마음도 젊어질 것이며 행동도 젊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퇴직까지 한 상황에서 외모관리로 남에게 유능하게 보일일이 전혀 없어졌지만 퇴직 후에 새로 만나게 될 수많은 사람들에게 젊고 활기차게 보이고 싶어서이다.


외모관리가 열심히 운동하여 건강한 몸을 만들고 몸을 깨끗이 하는 것까지인지, 아니면 인위적으로 염색을 하고 점을 빼는 것도 포함되는 것인지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나는 염색과 점 빼는 것까지는 외모관리에 속하지 않나 생각한다. 


고 정주영 회장님 생전 티브이에서 뵈면 얼굴에 검버섯이 많이 있었다. 돈도 많으면서 검버섯 좀 빼시지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정 회장님은 '남자는 생긴 그대로 살아야지 점 빼는 것은 사내가 할 일이 아니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검버섯을 제거하지 않았을 것이다. 70년대만 하더라도 여자가 쌍꺼풀 하는 것을 '신체발부 수지부모'라고 비난했지만 지금은 쌍꺼풀 수술 정도는 여고생들의 기본 미용이 되었다고 한다. 정 회장님 시절에는 점 빼는 것 이 남사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외모관리의 기준도 세상처럼 사회변화에 따라서 변해 가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도 마음만은 젊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마음이 젊은 사람들이여!! 마음만 젊다고 하지 말고 외모도 젊어지도록 노력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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