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저하로 2류국가 전락위기
작년 말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는, 2050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제로가 될 것이며 GDP는 세계 50위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2030년까지는 GDP 15위 이내를 유지하지만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2031년부터 추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6.25 전쟁 이후 어렵던 60년대에도 40위 이하로 처지지 않았는데 2050년이 되면 나이지리아, 파키스탄보다도 GDP가 낮은 그저 그런 나라로 추락한다는 것이다.
6.25 전쟁 이후 2030년까지 80년간 꾸준하게 발전하다가 2031년부터 추락하게 되는 이유는 오로지 출산율 때문이다. 내가 태어난 1957년 출산율이 6.3% 였는데 내 자식이 태어난 1990년은 1.6%였고 내손자가 태어난 2022년은 0.78%로 세계 꼴찌였다. 1957년생 할아버지 때는 96만 명이 태어났고 1990년 아들세대는 65만 명 그리고 2022년 손주세대는 25만 명이 태어났다.
출산율 0.78이 계속된다면, 2050년이면 지금보다 500만 명이 감소한 4600만 명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인구 감소보다 인구구조가 더 큰 문제이다. 2020년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72.1%, 65세 이상 노령층이 15.7%인데 2050년이면 생산가능인구가 51.3%, 노령인구가 39.8%가 된다. 시간이 갈수록 일할사람은 줄어들고 부양받아야 할 노령인구가 늘어나게 되며 2065년이면 생산가능인구보다 노령인구가 더 많아지는 심각한 상황이 된다.
2005년 골드만 삭스는 한국의 GDP가 2050년까지 꾸준히 10위 이내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었다. 그러나 저조한 출산율로 해가 갈수록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노령인구가 늘어감에 따라 기존의 예측을 수정하여 GDP 50위로 추락할 것이라고 수정한 것이다.
2050년이 되면 나는 90세 자식은 60세 손주는 27세가 된다. 나, 자식, 손주 3개 세대는 갈수록 삶의 질이 악화된다. 이런 일은 5천 년 역사에서 처음 일어나는 일일 것이다. 베이비부머인 내 세대까지는 자식이 부모보다 경제적으로 나은 삶을 살았다. 내 조부모보다는 부모님이 나은 삶을 살았고 부모님 보다는 내 세대가 나은 삶을 살았다. 그러나 자식 세대는 나보다 더 힘든 세상을 살아야 하고 손주세대는 더욱 어려운 세상을 살아야 한다. 그 이유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 때문이다.
나를 포함한 베이비부머는 후진국 3류 국가에서 태어나 어린시절 힘든 시간을 보냈으나 중학생인 70년대 이후 경제적으로 급성장하여 항상 전보다 나은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일자리가 많아서 고교만 졸업해도 쉽게 취업이 되었으며 집값이 저렴한 편이어서 자력으로 집도 장만할 수 있었다. 저축하는 재미에 야근과 주말근무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열심히 일하다 보니 이삼십 대에는 88 올림픽을 치를 수 있는 꽤 발전된 국가를 만들었고 사오십대 중견간부 시절 에는 2002 월드컵을 치르고 선진국으로 올라서는 핵심역할을 했으며 지금은 퇴직하여 노후를 보내고 있다.
젊은 시절 저축한 노후자금과 각종연금으로 노후를 보내고 있으며 2050년에는 90이 넘은 나이이지만 길어진 수명으로 생존해 있을 가능성이 크며 실버타운이나 요양병원, 요양원에서 간병인의 도움을 받으며 생의 마지막 시기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인생이 풀리지 않아 평생 삶이 팍팍한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베이비부머는 젊은 시절 고생하고 60 이후는 본인의 저축과 사회복지의 도움을 받아 비교적 안정된 노후를 보낼 수 있다.
베이비부머의 자녀세대는 지금 30세 전후이다. 이 세대는 88 올림픽 이후 중진국에서 선진국을 향해 급속도로 발전하는 시기에 어린 시절을 보냈다.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낸 베이비 부머들은, 자녀들을 풍족하게 키웠으며 자녀교육에 열정을 쏟았다. 한두명뿐인 자녀를 애지중지했으며 교육을 위해서라면 부부가 별거하는 기러기 생활도 기꺼이 했다.
자녀세대는 물질적으로 부족함이 없이 자랐지만, 모든 부모가 자식교육열이 높았던 관계로 부모세대에 비해 훨씬 더 열심히 공부하고도 괜찮은 대학 진학이 어려웠다. 공부만 힘든 게 아니고 취업과 직장생활도 힘들다. 80년대 신자유주의 사상과 90년대 세계화로 인하여 양극화가 심해졌고 평생직장 개념도 사라졌으며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어 취업도 힘들어졌다.
부모님 세대에서는 별로 인기 없었던 교사,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도 수십대일의 경쟁을 치러야 했다. 부동산 버블로 집값이 올라 결혼하기도 쉽지 않으며 맞벌이를 해야만 생활이 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3포 시대라는 자학적인 얘기를 하는 상황이 되었고 이는 출생률 저하로 나타나 우리나라의 미래가 암울한 지경이 돼 버렸다.
자녀세대의 미래도 밝지 않다. 먹고사느라 바빠서 저축이 힘든 세상이 되었고 연금도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이마저도 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부모님 세대 때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던 교사, 공무원들의 연금도 보잘것없는 액수로 줄어들었고 이마저도 더 줄이려고 한다. 게다가 자녀세대가 65세가 되는 2050년대가 되면 불충분한 연금마저도 받을 수 있을지 불분명하고 건강보험도 적자로 돌아서서 건강보험이 제대로 작동할지도 의문이다.
부모인 베이비 부머 세대는 비록 어린 시절에 육체적으로 고생했지만 매년 더 나은 세상을 살았다. 2040년 까지는 GDP 15위권은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하니 80대까지도 선진국 대열의 1류 국가에서 생활하다가 생을 마감하게 될 것이다. 명이 길어 90 이후까지 산다면 서서히 쇠퇴해 가는 나라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지만 평생 전보다 나은 발전적인 생활을 즐기다 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러나 베이비부머 자녀는 그렇지 못하다. 부모세대와는 반대로 십 대까지는 풍족한 삶을 살았지만 이후는 치열한 경쟁 속에 팍팍한 삶을 살게 될 것이며 60대 들어 서면 경제성장률이 멈춰버리면서 나라가 서서히 쇠퇴할 것이고 퇴직하면 연금과 건강보험이 불확실한 상황이 되어 이후 삶이 팍팍해질 것이다.
작년에 태어난 손주세대는 더 한심하다. 2022년 25만 명이 태어났는데 할머니 할어버지는 그 3배인 75만 명이다. 손주 25만 명이 취업하여 세금을 내는 나이인 2050년이면 퇴직한 60세 부모님 인구가 60만 명, 90세 조부모 인구가 37만 명으로 예상한다. 30세 손자 25만 명이 부모님과 조부모님 97만 명을 부양해야 한다. 손주 한 명이 부모, 조부모 4명을 먹여 살리기 위해 힘들게 살아야 하며 60세가 되어 퇴직하는 2080년이면 연금도 건강보험도 이미 없어져 버린 지 오래 일지도 모른다.
나는 3류 국가에서 태어나서 1류 국가를 만들고 이후 만족스러운 노후를 보낸 후 삶을 마감하게 될 것이다. 내가 낳은 자식들은 젊은시절 치열한 경쟁과 급속한 세상의 변화로 인해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결혼, 출산을 꺼려하여 차츰 2류 국가로 변해갈 것이며 노후도 불안한 상황이다. 손주는 2류 국가로 전락한 나라에서 한 명이 부모, 조부모 4명을 부양하는 무거운 짐을 지고 살게 될것이며 노후를 생각할 여유가 없는 암울한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
애들아! 손주 세대를 위해 애좀 낳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