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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간비행 Nov 28. 2023

퇴직 후 나 홀로 일본 한달살이 (1)

삿포로 에서의 일상


2023.7.31~8.31일까지 일본 삿포로에서 나 홀로 한달살이 했다. 퇴직 후 5~10년간 해외살이를 위한 첫걸음이다. 첫 해외살이를 일본으로 한 것은 20여 년 전 1년간 파견근무한 적이 있어서 친숙한 국가이고 일어가 조금 가능해서이다. 아울러 8월 더위를 고려하다 보니 위도가 높은 삿포로를 선택했다. 삿포로 출발전날 한달살이에 필요한 짐을 쌌다. 평소 여행을 많이 다녀서인지 준비할게 별로 없다. 속옷에 반팔티 서너 개 바지 두세 개 그리고 노트북 컴퓨터만 지참했다. 조그마한 기내 캐리어와 백팩하나면 충분했다. 생활비로 20만 엔을 환전했다. 


숙소는 바닥면적이 30평쯤 되는 2층집이었다. 방이 5개이고 화장실, 욕실, 주방은 공동사용이다. 대학시절 묵었던 하숙집과 꼭 같았다. 내방은 2층에 있었는데 자다가 화장실 갈 경우 1층까지 내려가야 해서 불편했으며 1층 주방의 냉장고를 써야 했기에 음식을 보관하기도 힘들었다. 처음 숙소를 예약할 때 이런 사실을 알고 불편할 것으로 생각했으나 주인과 함께 살면서 일본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장점이 커 보여 이 집을 선택했다. 


2023년 삿포로 여름은 기상이변으로 무척 더웠다. 200년 만의 더위라고 했다. 8월 평균 최고기온이 25도 정도라는데 도착 첫날 33도였으며 8월 내내 35도를 넘나들었다. 서울은 원래 더운 곳이라서 집집마다 에어컨이 있지만 삿포로는 덥지 않은 곳이라서 가정집에는 에어컨이 없다. 내가 숙박하는 곳만 없는 게 아니고 에어컨 실외기가 보이는 집을 찾을 수 없었다. 한국에서는 밖은 덥더라도 실내는 에어컨으로 시원한데 삿포로에서는 한 달 내내 집에서 땀 흘리며 살았다. 내방은 2층이라서 햇빛에 데워진 지붕이 밤늦게 까지 열기를 품어내어 더 더웠다. 하루 대여섯 번 찬물샤워로 더위를 버텼으며 자다가도 일어나 샤워하곤 했다. 40여 년 전 열악한 군시절로 돌아간 듯했다.


삿포로에서의 생활은 서울생활과 유사했다. 한 달 중 15일 정도는 여행, 관광을 하고 나머지 15일은 민박집에서 공부, 취미, 운동을 했다. 서울이건 삿포로건 한 달 내내 여행하는 것은 체력이 따라 주지 못하므로 하루여행 하루휴식 개념으로 15일 정도만 여행, 관광을 하고 나머지 15일은 집에서의 루틴 한 생활을 했다.   

매주 서너 번은 관광버스를 타고 주변관광을 하거나 일반 버스나 기차를 타고 무작정 여행을 했다. 한국에서 준비해 간 삿포로 여행 관련 책자와 유튜브를 검색하여 여행코스를 정하고 코스에 따라 관광버스, 일반버스, 기차, 지하철을 타고 다녔다. 여행할 때 유튜브 정보는 매우 유용했다. 최근에 삿포로를 여행했던 많은 동영상이 올라와 있어서 거의 실시간으로 여행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유튜브에는 전 세계 유명 관광지 정보가 실시간으로 올라오므로 해외여행이나 해외살이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여행하지 않는 날에는 집에서 오후 서너 시까지 유튜브를 보거나 글을 썼고 이후 식당에 가서 점심 겸 저녁을 먹고 마트에 들러 아침에 먹을 빵, 우유, 과일을 사 왔다. 식당, 마트까지 거리가 2킬로 정도여서 왕복 4킬로를 걷는 걸로 운동을 대신했다. 지하철역, 식당, 마트를 걸어 다니면서 한 달간 매일 만보정도 걸었다.

어디서건 먹고 자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숙소는 정해졌으니 식사가 가장 큰 문제였다. 조식은 가끔 주인이 준비해 주었으나 대부분 빵, 우유, 과일로 해결했다. 일본빵은 가격, 맛이  한국과 유사하다. 매일 저녁 마트에 들러 빵 두세 개, 우유, 과일을 사 와서 아침을 해결했다. 점심은 여행이나 외출 시에는 식당에서 했고 집에 있을 때는 전날 사 온 빵과 과일로 간단히 해결했다. 저녁은 마트에서 도시락을 사 와서 집에서 먹거나 맛집을 찾아 식당에서 해결했다. 

일본에 가게 되면 초밥을 많이 먹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저녁식사는 대부분 초밥을 먹었다. 맛이 괜찮은 초밥은 한 접시에 3천~4천 원 정도 한다. 보통 6~7 접시에 맥주 한잔하면 25000원 정도로 적지 않은 가격이다. 초밥은 일본인들에게도 비싼 음식이라서 자주 먹지 못한다고 한다. 집주인 할머니와 가성비 좋은 초밥집을 함께 갔었는데 둘 가격이 45000원 정도 나왔다. 할머니는 오랜만에 초밥 맘껏 먹었다고 매우 행복해했다. 초밥 외에도 야끼니꾸, 소바, 칭기즈칸, 돈까스등 여러 음식을 맛봤다. 전반적인 식사비는 한국에서의 식사비와 유사하거나 조금 더 비쌌다. 

민박집에 있을 때는 유튜브를 보거나 글을 썼다. 구청 문화센터에 있는 도서관에 가서 글을 쓰려했으나 노트북 사용이 금지였다. 중앙도서관에서만 노트북 사용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사전 예약해야 하고 대기자가 많아서 집에서 작업했다. 내방은 더워서 거실에 책상을 옮겨놓고 선풍기를 틀어놓고 수시로 찬물 샤워를 하면서 글을 썼다. 글쓰기는 나의 취미이자 공부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새로운 경험이 많아 글감도 많으며 시간도 금방 간다. 해외살이 중 정말 필요한 좋은 취미이다. 만약 내가 글쓰기를 하지 않았다면 민박집에 있는 동안 할 일이 없어 무료했을 것이다. 


민박집에는 주로 일본인이 왔고 가끔 한국인과 유럽인이 왔다. 손님들끼리 함께 차 마시는 시간이 있으므로 금방 가까워진다. 일본 도착한 이틀뒤 민박집에 독일인 27세 딸내미 혼자 오더니 3박을 하고 갔다. 일정이 같아서 딸내미와 이틀간 삿포로 주변 관광지인 우토로를 다녀왔고 삿포로 오도리 공원에서 진행되는 세계 맥주축제에 참석했다. 혼자 다니기 뻘쭘한 장소는 누군가와 함께 가는 게 좋은데 민박집은 그곳에서 만난 여행객과 함께 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27세 독일 딸내미와 함께 맥주축제에 가고 술값 반반씩 내면서 맥주를 취하도록 마신 것은 참 즐거운 추억이다.

삿포로 기차역에는 전철역과 버스터미널이 붙어있다. 민박집에서 전철을 타면 바로 기차역과 버스터미널로 연결된다. 좀 심심한 날은 무작정 버스터미널이나 기차역에 가서 막 출발하려는 차를 타고 오가는 길 주변의 경치를 즐겼다. 배고프면 아무 곳에나 내려서 점심을 먹은 후 다시 돌아왔다. 삿포로는 남한 면적의 70% 나 되는 넓은 지역이다. 산악지역이 많고 벌판도 넓으며 나무가 우거져서 바라보는 경관이 아름답다. 버스나 기차를 타고 가면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이처럼 기차나 버스로 무작정 다녀온 곳이 두 시간 거리의 노보리베츠 온천, 하코다테, 오비히로, 아사히카와 등이다. 관광지도 있고 일반 시골 도시도 있으나 삿포로 동서남북 지역이라서 삿포로의 다양한 지역의 경치를 감상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무작정 여행이 흥미롭긴 했지만 교통비가 한국의 2~3배 정도 비싸서 바가지 쓰는 기분이다. 나는 작년부터 지하철을 무료로 탈 수 있어서 서울 생활 중 교통비가 거의 들지 않는데 삿포로는 버스에서 지하철 환승 할인도 되지 않아 시내 나가려고만 해도 왕복 만원이 날아간다. 새삼 한국생활이 그리워진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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