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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간비행 Sep 06. 2023

칭기즈칸의 나라 몽고 여행

피서 겸 현장답사를 위한 패키지여행 (2023.7월)


5월 말 23일간의 이베리아반도 여행을 마치고 귀국했다. 이어서 해외살이를 출발하고 싶었으나 6월에 몇 건의 병원예약이 있고 7월에는 어머니 기제사가 있어서 8월에 해외살이를 시작하기로 했다. 대신 6,7월에는 여행동호회 국내여행과 간단한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여행지로는 몽고를 선정했다. 몽고와 칭기즈칸은 매우 친숙한 단어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배우기 시작했으며 그동안 수없이 많은 책, 영화, 다큐를 봐왔던 나라이다. 세계사를 뒤 흔들고 한반도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쳤던 나라이다. 진즉부터 가보고 싶었는데 7월 더위에 피서 겸 몽고를 다녀오기로 했다. 


여행사 패키지로 7월 첫 주에 4박 5일의 짧은 일정으로 다녀왔다. 몽고여행은 어린 시절부터 들어왔던 칭기즈칸의 세계정복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초원, 유목민 이란 단어를 머리로는 알고 있었으나 한국지형에 익숙한 나로서는 그 먼 거리를 이동하여 세계를 정복했다는 게 쉽사리 이해하기 어려웠다. 한반도에서 발생한 수많은 전쟁에서 좁디좁은 이 땅도 산과 강에 막혀 상대를 공격하기 힘든데 그 광활한 지역을 어떻게 이동하면서 단기간에 세계를 정복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현지에 가서 광활한 초원지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칭기즈칸이 어떻게 수천 킬로의 거리를 그렇게 빠른 시간에 유럽까지 진출하여 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푸석푸석한 토질을 보니 왜 그 넓은 평지에 나무는 없고 풀만 자라고 있는지도 알 수 있었다. 거대한 칭기즈칸 동상 위에 올라가 광활한 초원지대를 보고 있노라니 칭기즈칸과 그의 전투원들이 초원을 질주하는 함성이 들리는 듯했다. 산, 강, 숲이 없는 초원지대는 말을 타고 신속하게 기동 할 수 있으며 공격하기에는 유리하나 방어하기가 매우 어렵기 마련이다. 말들이 오가는 파란 초원의 모습을 보니 머리로만 알고 있었던 칭기즈칸의 세계정복을 가슴으로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몽고의 수도인 울란바토르 인근에는 카자흐스탄 이민자들을 위한 도시가 있으며 여타 유목민들의 집단 거주지도 여럿 있다고 한다. 초원에서는 산이나 강과 같은 확실한 영토 경계가 없으니 사람들이 섞이기 쉽고 서로 동화되어 살아가는 듯했다. 칭기즈칸은 흩어진 여러 유목민을 통합하여 강력한 집단을 만들고 세계를 정복했으나 이후 뿔뿔이 흩어지면서 오늘날처럼 지리멸렬해진 듯한다. 몽고 내 카자흐스탄과 여러 유목민족의 집단 거주지를 보니 초원의 여러 국가가 다시 통합된다면 몽고가 과거처럼 새로운 모습으로 도약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4박 5일의 몽고여행으로 그동안 궁금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으나 방문했던 시기가 몽고의 장마철이어서 은하수까지 보인다는 청명한 밤하늘을 볼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패키지에 포함된 말타기와 낙타 타기는 좋은 추억이 되었다. 제주도에서 처럼 좁은 공간에서 한 바퀴 둘러보는 게 아니라 말을 타고 초원과 개천을 넘나들며 족히 2~3킬로는 될듯한 꽤 긴 거리를 오갔다. 몽고말은 유럽의 커다란 말에 비하면 왜소하지만 지구력과 생존력이 뛰어나다고 한다. 한 시간 정도 몽고말을 타면서 칭기즈칸 군이 이 작고 강인한 말에 올라 큰 말을 탄 유럽의 중무장 기사들을 압도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작지만 강인한 몽고말들

몽고의 수도인 울란바토르는 우리의 70,80년대처럼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몽고는 한국을 발전 모델로 삼고 있어서 한국적인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한국의 편의점이 몽고시장을 장악하여 거리마다 한국의 편의점이 있고 한국 건설회사가 시공한 한국스타일 아파트도 많이 보였다. 상점에는 한국물건이 많고 곳곳에 한국어 간판이 있으며 한국식당도 많아서 한국사람이 지내기에 불편함이 없어 보였다. 초원지대에 있는 테를지 국립공원에는 한국의 여행사들이 진출하여 한국 관광객을 위한 많은 게르를 만들어 놓고 한국손님을 유치하고 있었다. 아침에 게르에서 운영하는 식당에 갔더니 수백 명의 관광객 모두가 한국인 이어서 제주도나 울릉도에 여행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몽고반점이 있는 민족이 몽고와 한국뿐 이라고 하니 우리는 먼 과거에 한 혈통이었을 것이다. 혈통이 같은 몽고가 한때 세계를 정복한 막강한 국가였다는데 은근한 자부심을 느꼈다. 지금 쇠퇴했지만 잠재력이 있는 몽고를 도와 함께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갔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몽고에 지하자원도 풍부하다고 하니 한국의 기술력과 몽고의 자원을 결합하면 커다란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다. 몽고가 내륙국이어서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 없이는 자원개발이 어려운 문제가 있긴 하나 해결책이 있을 것이다.


이번 몽고여행은 나 홀로 첫 해외여행이다. 한국에서의 동호회 여행은 혼자 많이 다녔으나 연령대가 비슷해서 일행들과 쉽게 어울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몽고여행은 여행사 패키지라서 연령대가 다양했으며 내 룸메이트는 23세 대학생이었다. 아들보다 어린 친구와 함께 4박을 하고 함께 돌아다니는 게 좀 생소했다. 나 홀로 해외여행을 하다 보면 이런 상황이 자주 생길 것이다. 누구와 룸메이트가 되던 나이에 무관하게 친구가 되어 함께 여행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돈을 지불하고 혼자 독방을 쓸 수도 있으나 여행의 묘미는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라서 누군가와 함께 방을 쓰며 여행할 계획이다.


해외여행하면서 쇼핑은 거의 안 하는 편이지만 몽고 꿀이 좋다고 해서 자연산 야생화 꿀 몇 병 사 왔다. 한국에서는 자식에게 주는 꿀도 설탕 안 넣을 수 없다고 하는데 몽고는 설탕값이 꿀값보다 비싸서 설탕먹인 꿀을 만들 수 없다고 하니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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