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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간비행 Jul 25. 2019

여행 작가로의 경력 전환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행을 좋아한다. 초등학교 시절 소풍이나 수학여행을 앞두면 모든 학생들이 잠을 못 이루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여행을 계획하는 순간부터 동심으로 돌아가 즐거워진다.  나는 60세가 넘은 지금도 여행을 앞두면 흥분과 기대가 앞선다


나는 중학교 시절 강찬삼의 ‘세계 여행기’를 읽은 이후부터 마음 한편에 세계일주에 대한 꿈이 생겼다. 직장생활 중 해외 근무와 출장으로 여러 나라를 여행할 수 있는 행운이 있었지만 어린 시절부터 가슴 한편에 자리 잡은 세계일주의 꿈은 채워지지 않았다. 


세계일주는 최소 몇 달은 걸리는지라 직장을 그만두기 전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나중 은퇴하면 해야지’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3040 젊은 부부들이 직장을 그만두고 세계일주를 하는 여러 사례를 보고 가슴이 뛰었다. 


한창 가정을 꾸려야 하는 30, 40대 젊은이들도 직장을 과감히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경제적으로 문제가 없으면서도 하고 싶은 일을 못하고 타성적으로 직장 생활하고 있는 나 자신이 비겁하게 느껴졌다. 수십 년간 마음 한편 에서 잠자고 있던 세계일주의 꿈이 꿈틀거리며 기지개를 켰다. 이제 직장을 그만두고 떠나려 한다. 연말에 그만두겠다고 통보했다.


여행작가는 여행하면서 체험하거나 느낀 점을 글, 사진, 영상으로 표현하는 작가이다. 여행을 좋아하고 글쓰기와 사진 촬영에 흥미와 소질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나는 여행을 좋아하고 글쓰기와 사진 촬영도 좋아하니 여행작가 로서의기본 자질은 있는 셈이다.


여행작가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자질은 글쓰기이다. 작년에 자서전을 쓴 적이 있다. 남에게 보일 생각이 아니어서 그냥 일기 쓰듯이 쓴 글이지만 육 개월간 끙끙 대면서 글쓰기의 어려움과 즐거움을 경험했다.  글을 잘 쓰려면 많이 읽고 많이 써봐야 한다.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듯이 자꾸 하다 보면 늘게 된다. 


인터넷에서 ‘브런치’ 작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좋은 글들이 많아 자주 읽었던 플랫폼이다. 브런치 작가가 되면 나도 글을 올릴 수 있고 남의 비평을 받을 수 있어서 글쓰기 연습에 좋을 것 같았다.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해서 통과했다. 


브런치 작가가 되기 위해 재수 삼수 심지어 칠전팔기했다는 글이 꽤 있던데 내가 단번에 통과했다. 나이가 많은 덕을 봤을 것이다. 대부분의 브런치 작가가 3040이라서 귀한 60대에 경로우대 점수를 주었을 것이다. 작가 소개글에 내 나이가 63세라고 은근히 강조한 게 먹힌 것 같다. 


저녁에 아내와 둘이서 와인을 마시며 작가 등극을 축하했다. 애들에게도 누가 ‘아빠 뭐하시냐?’ 물어보면 ‘작가입니다’라고 대답하라고 했다. 내 또래인 유시민 전 장관이 ‘유 작가’로 불리는 게 폼나 보였는데 이제 나도 ‘한 작가’로 불릴 수 있도록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서 글쓰기 연습을 계속할 것이다. 


브런치에 글 쓰는 것과 별개로 여행작가로 글쓰기와 책 쓰기가 가능한지 궁금했다. 인터넷을 검색하고 도서관에 가서 여행 관련 책을 찾아봤다. 여행 관련 서적이 이렇게나 많은지 놀라웠다. 수많은 사람들이 세계를 여행하고, 인터넷에 글을 올리고, 블로그를 운영하고, 유튜브에 올리고, 책을 쓰고 있는 것이 경이로웠다. 내가 이 자리에 끼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60대 부부가 쓴 글과 영상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여행 에세이는 한창 팔팔한 3040세대가 썼으며 본인의 영웅적인 얘기가 많다. 젊은이들이 돈 없이 세계를 돌아다니고, 오지에서 죽을 고비를 극복하고, 수백 킬로를 걷고, 수천 킬로를 자전거로 여행하고, 어린 자녀와 해외 살이 하고 등 60대 부부 여행자와는 동떨어진 얘기가 대부분이다. 


해외 여행지에는 60세 전후의 베이비부머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나라가 시간과 돈에 여유 있는 6070세대가 해외여행을 많이 한다. 6070세대는 안정되고 편안한 여행을 좋아한다. 고난의 행군을 하기 위해 해외 나가지 않는다. 돈도 적당히 쓰면서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려 한다. 6070세대도 과거에는 지금 젊은이 못지않게 고난의 행군을 즐겼지만 지금은 아니다.


베이비부머 들은 인터넷에 글 올리는 것에 소극적이다. 자기 생각을 속으로 가지고 있지 잘 표현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터넷을 검색하고 책 읽는 것은 젊은이 못지않다. 전국 어디서나 공공 도서관에는 머리 하얀 6070세대가 젊은이보다 더 많이 앉아있다. 6070세대도 해외여행 가기 전에는 인터넷을 검색하고 책을 읽으면서 준비하고 공부한다. 수많은 여행서적 중 6070이 관심 있어할 여행 에세이는 별로 없다.


내 또래의 다른 사람, 다른 부부는 어떻게 여행하는가에 관심이 있지 젊은이들이 즐기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해외여행 주 고객인 베이비부머를 대상으로 글을 쓰면 경쟁력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베이비부머인 우리 부부가 세계일주를 하고 현지에서 살아보면서 경험하고 느낀 글을 쓰면 공감을 얻을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가졌다.


여행작가는 수입이 별로라고 한다. 많은 여행 작가 중 생활비 충당이 가능한 자는 소수라고 한다. 10년 이상 경력에 책도 여러 권 낸 제법 유명한 여성 여행작가가 자신의 수입이 9급 공무원 수준쯤 된다고 하는 걸 보니 짐작이 간다. 


10년이 되어야  9급 공무원 봉급이니 나는 2년쯤 9급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2년쯤 인턴 생활을 한 다음  5년째부터 첫 봉급을 받는다는 생각으로 초보 여행작가 생활을 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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