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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간비행 Feb 02. 2024

여행지에 왜 60대 여성이 많을까 ?


2022년말 퇴직하자마자 동네 주민센터에서 하는 요가와 스트레칭을 신청했다. 15명 정원인 요가와 스트레칭 반에 모두 5060여자였고 남자는 나 혼자였다. 지금까지 많은 남자들이 요가와 스트레칭을 신청 했으나 여성들만 앉아있는 모습에 놀라서 포기했다고 한다. 여자들만 있는곳에 나혼자 인것이 뻘쭘 했지만 평소 해보고 싶은 운동이어서 과감하게 여자들 틈으로 들어갔다.


60대가 되어 사람모이는 곳에 가면 대부분 여자가 많다. 주민센터에서 하는 요가, 스트레칭, 에어로빅 등 모든 프로그램에 여자가 대부분이며 여행지에 가봐도 여자가 남자보다 훨씬많다. 식당, 백화점, 극장, 미술관 어디를 가나 여자가 더 많다. 경로당에도 여자가 많고 요양병원에 가도 여자가 더 많다. 한강을 걷는 사람도 여자가 많으며 전국의 둘래길에도 여자가 많다. 교회를 가도 여자가 많고 성당에도 여자가 많으며 절에 가면 대부분이 여자다. 명상센터에 가도 여성이 많다. 남자가 많이 갈것같은 도서관이나 서점에도 여자가 더 많다. 남자가 많은곳은 당구장, 술집 그리고 탑골공원 정도이다. 퇴직후 활동적인 삶을 원한다면 남자들이 아닌 여자들 틈으로 들어가야 한다.


60대 초반 까지는 남녀 인구비율에 별 차이가 없는데도 어딜가나 여자가 더 많으며 특히 여행지에 여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우리나라만 그런것도 아니다. 전세계 유명 관광지에 온 사람들을 보면 여자가 많으며 대부분 60대로 보인다. 얼마전 인도여행중 관광지 매표소에 줄서 있는 사람들을 보니 죄다 전통옷으로 둘둘 싸메고 있는 60대 인도 할머니들이었다. 여자로만 한정해서 보면 50대 여성은 아직 자녀 돌보느라 시간이 부족하고 70대 여성은 건강이 안따라 주기 때문에 여행지에 60대가 대부분인듯 하다. 60대 여성은 70대가 되면 건강이 나빠져서 여행 할 수 없으니 건강 괜찬을때 여행 많이하자는 심리가 있는듯 하며 그래서 여행지 마다 60대 여성이 북적인다.

남자는 일 때문에 여행을 할수 없어서 여행지에 여자가 많다고 생각할수 있다. 대부분의 남성들이 50대 까지는 일을 하기 때문에 그럴수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60대가 되면 남자들도 대부분 퇴직하기 때문에 일 때문에 남자가 여행을 다니지 못한다고 하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60대에도 일을 하는 남성이 많긴 하지만 60대 여성 취업자도 많으며 일하지 않는 여성 60대중 상당수가 손주를 봐주고 있기 때문데 오히려 여성들이 더 시간이 없을수도 있다. 주말에 떠나는 투어버스에도 60대 남성보다 60대 여성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은것을 보면 일하는 남자가 많아서 여행지에 여자가 많은 것은 아니다.


나이들면 여성은 남성호르몬이 많아져서 활동적이 되고 남자는 여성 호르몬이 증가하여 소극적이 된다는 그럴듯한 설이 있지만 그런것 같지도 않다. 2년간 여성들 틈에서 버스투어 다니다 보니 여행지에 60대 여성이 많은 이유를 어렴풋이 알 수 있을것 같았다.


첫째 여성들은 젊은 시절부터 여행을 해 와서 여행을 즐길줄 알지만 남자들은 일만 하다가 퇴직하고 나면 여행이 낯설다.  


나는 20대 대학시절 여름방학이면 베낭을 둘러매고 나홀로 무전여행을 즐겼다. 바닷가나 산에 텐트를 치고 주변을 보면 온통 여자들 이었다. 50년전 지금보다 훨씬 더 보수적인 사회였지만 바닷가 여행지에 가면 여자단일팀 50% 남녀혼성팀 30% 남자단일팀 20% 정도의 비율이었다. 젊은 여행자 총수를 보면 그때도 여자가 70% 정도였고 남자는 30% 정도였다. 나는 그 당시에도 지금과 같은 의문을 가졌다. 왜 여행지에는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을까? 여행은 힘들고 리스크가 있는것인데 왜 여자들이 힘들고 리스크 있는 여행을 남자보다 더 많이 하는지 궁금했다.  


지금 60대가 고교시절 이었던 1970년대는 모두가 가난해서 아들만 겨우 대학보내고 딸은 취업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은행에 가면 죄다 여상 졸업한 젊은 여자였다. 버스차장, 여공 등 많은 여성들이 남동생 대학보내기 위해 희생했다. 내 누나도 나 때문에 대학을 포기했다. 딸을 대학에 보내는 집은 꽤 부자집 이어서 여대생들은 대개 풍족했으나 남자 대학생은 가족의 희생으로 대학을 온 가난한집 애들이 많았다.


부자집 여대생은 용돈으로 여행경비를 댈수 되었고, 집이 가난하여 취업한 여성들은 돈을 벌기 때문에 여행다닐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젊은 남자 상당수는 군에 있었고 군에서 전역한 복학생들은 취업준비 하느라 여행하기 어려웠다. 군에 가기전인 남자 대학생중 소수의 부자집 남학생은 정상적인 여행을 할수 있었지만 가난한 대학생은 무전여행을 하던지 집근처 계곡이나 바다에서 놀아야 했다.


젊은 여성은 결혼하면 직장을 그만두는 분위기 여서 결혼전에 여행을 많이 하려는 심리가 있었고 직장인 남자들은 돈모아 결혼하고 가족을 부양해야 했으므로 열심히 일하느라 여행할 시간이 없었다. 이런 이유로 여자는 젊은시절부터 여행을 많이 했고 남자는 그렇지 못했다.


3040도 마찬가지이다. 남자는 퇴근후나 주말에만 여가시간이 되어서 단시간에 즐길수 있는 놀이 위주로 시간을 보냈고 여행이라고 해봐야 친구들과 어울려 가는 동남아시아 골프여행이 대부분 이었다. 그러나 엄마들은 애들 교육을 핑계로 애들과 함께 여행을 할수 있었다. 90년대 시작된 조기유학 붐으로 많은 엄마들이 자녀와 함께 해외생활을 즐기는 반면 남자들은 뒷바라지에 골병이 들었다. 쿠알라룸푸르에서 지내다 보니 애들과 함께 여행온 엄마들이 넘쳐난다. 동남아시아 어디를 가도 방학기간 초중학생 자녀와 함께온 3040 엄마들이 넘쳐난다.


50대가 되면 남자들은 직장에서 위치가 올라감에 따라 더욱 바빠져서 여행 하기가 갈수록 어려워 진다. 하지만 애들 뒷바라지에서 해방된 여자들은 넘치는 시간을 활용하여 친구들 끼리 해외여행을 즐긴다. 2000년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해외여행객의 상당수가 자녀 대학보낸후 시간많아진 50대 엄마들이었다. 지금 60후반인 내또래 여성들이 50대때 친구, 동창들과 해외 여행하는게 대 유행이었다.


이처럼 20대 부터 여행을 즐겨온 여성들은 60대가 되어서도 여행을 즐기지만 여행을 별로 해보지 않았던 60대 남성들은 퇴직후에 시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여행을 떠나지 못한다.


둘째 여성들은 젊은 시절부터 애들의 학부모 모임 또는 동네 이웃들과 친교 하면서 새로만난 사람들과 쉽게 사귀고 친해지는 재주를 키워왔다. 그러나 남자들은 동창, 직장동료 이외의 사람들과는 쉽게 친해지지 못한다. 나이가 들고 사회적 지위가 올라가면 더더욱 새로운 남자와 친해지지 못하며 새로운 남자를 만나면 서로 경계한다. 이것은 진화와도 관련이 있을것이다. 수컷들은 자기 영역 안으로 들어오는 다른 수컷을 적으로 간주하여 경계하기 때문이다. 여자는 나홀로 여행하다 만난 다른 여성과 금방 친해져서 일행이 되는데 남자는 여행지에서 처음 만난 남자와 쉽게 친해지지 못하니 나홀로 여행은 부담스러워 한다.


부부사이가 좋으면 부부가 함께 여행을 떠나면 되는데 여자들은 남편과의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여성 친구끼리 여행하면 서로 도와가면서 즐겁게 여행할수 있는데 남편과 함께 가면 잔소리에 뒷바라지 까지 해야 해서 꺼린다. 남자 친구끼리 또는 지인과 여행하면 되지만 남자끼리는 함께 술마시고 운동은 하지만 함께 여행하지는 않는다. 남자 둘이 호텔방에 있는것을 상상하면 끔찍하다. 여자들은 여행지에서 처음만난 사람과도 더불침대에서 함께 잘수 있지만 남자는 불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60대 여인들은 여행을 즐기는 반면 60대 남성 퇴직자들은 아내가 끌고 가지 않는한 아무리 시간이 많아도 여행지에 선뜻 나타나지 않는다.


셋째 60대 남녀간에 건강 상태가 차이 난다. 60대 초반까지는 남녀 인구수가 비슷하지만 65세를 넘기면서 부터는 남성 인구수가 더 적어진다. 여자 100명을 기준으로 남자의 숫자를 보면 60세 102명, 65세 97명, 70세 90명, 80세 70명, 90세 35명, 100세 20명으로 줄어든다. 60세에는 남자가 많았으나 65세에 어자가 많다는 것은 60이후 남자 사망자가 증가하는 것이다. 죽기 몇년전 부터 건강이 나빠지는 것을 고려하면, 60넘으면 남자 건강이 여자보다 훨씬 더 빨리 나빠진다는 의미이다.

65세 부터는 단순 숫자로도 여자가 남자보다 많아지지만 건강한 사람도 여자가 남자보다 훨씬 많아진다. 생애동안 여성들도 이런저런 스트레스가 있었겠지만 남자들이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훨씬 컷을 것이고 술과 담배에 쩔어 사는 사람이 많아서 60넘어 급격히 건강이 나빠지지 않나 생각한다. 정말 건강했던 나도 60넘으면서 이곳저곳이 고장나고 있으며 쿠알라룸푸르 한달살이 오면서 약을 한보따리 챙겨와야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고장이 늘어날 것이다.


내가 가입한 여행카페는 7시에 버스가 출발하여 두세시간 운전후 목적지에 도착한다. 목적지에서는 보통 서너시간 트래킹을 하고 귀경하여 밤 8시경 서울에 도착한다. 집에서 버스 탑승장 오가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새벽 5시전에 일어나 밤 9시까지 움직여야 하는데 60대로서는 쉽지 않은 강행군이다. 힘든 여정에도 불구하고 여성은 70대가 상당수 있는 반면 튼튼해야 할 남자는 67세인 내가 고참이다. 남녀 건강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심화될 것이며 70대 이상이 되면 활동적인 남녀 비율이 더욱 차이가 나서 여행할수 있는 남녀 비율이 더 벌어질 것이다.


내 경험 상, 여행지에 60대 여성이 60대 남성보다 훨씬 많은 것은, 첫째 여성들은 20대 때부터 여행의 기회가 많아서 여행을 쉽게 떠나는 반면 남성들은 일하느라 여행의 기회가 적어서 여행보다는 당구, 술집등 도시내 활동을 선호한다. 둘째 여성들은 여행지에서 처음만난 여성들과도 금방 친해질수 있어서 나홀로 여행도 부담스러워 하지 않으나 남자들은 여행지에서 처음본 남자와는 잘 친해 지지 않아 함께 갈 친구가 없으면 쉽게 여행을 떠나지 못한다. 셋째 60대 중반이후는 남자의 건강이 여자보다 빨리 나빠져서 여행 다닐수 있는 남자가 숫자 자체가 적어진다.


순전히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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