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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간비행 Feb 24. 2024

왜 해외에서 한달살기를 할까?

20일 또는 두 달이 아니고 왜 한달살기?

    

한달살기라는 말이 나온 것은 2018년경이었다. 이전에도 해외에서 한달살기를 한 사람들이 있었겠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았기에 대중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국 해외 여행자수는 2000년 5백만 명이었다가 2006년 천만명을 넘었고 2016년 2천만 명을 넘었으며 코로나 직전인 2018년과 2019년에는 3천만 명에 근접했다. 코로나로 3년간 여행객이 줄었다가 2023년 다시 2200만 명으로 증가했으며 2024년이면 2019년의 최고치를 경신할 걸로 예상한다. 


2018년과 2019년 해외여행객은 인구대비 56% 로 인구대비 세계 최고였다. 2000년부터 2019년까지 20년간 총 3억 명가량이 해외를 나갔으니 웬만한 사람은 최근 20년간 해외여행을 몇 번씩 했다는 얘기이다.   

   

일본의 해외여행자는 2000년에 인구대비 12~13%인 1600만 명으로 우리의 3배였으나 그 수준이 지금까지 유지되어 지금은 우리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의 3천만 명에 56%와 비교하면 여행객수나 인구대비 비율이 한국에 훨씬 못 미친다. 이삼십 년 전에는 해외 어디를 가나 일본사람들이 버글거린다고 했는데 지금 우리가 일본 여행객보다 훨씬 많으니 해외 어디를 가던 한국사람 천지이다.     


2000년 이후 해외여행객이 늘어나자 티브이에서도 여행 프로그램이 많아졌다. 2013~2018년 4차례에 걸쳐 “꽃보다 할배“를 방영하여 국민적인 관심을 받았다. 비슷한 시기 ”꽃보다 누나”도 방영되어 동유럽 여행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난 2019년 서유럽, 동유럽 패키지 두 번을 다녀왔는데 유럽 어딜 가나 한국인이 넘쳐났다.     


2000년 이후 관광은 주로 패키지여행이었다. 빨리빨리의 민족답게 10박에 6개국을 도는 강행군이었다. 관광버스로 몇 시간 간 후 잠시내려 사진찍고 또 가서 시진찍고 밤늦게 호텔 들어가서 새벽에 나오는 전투적인 여행이었다. 휴가 내기 힘든 사람들이 단기간의 휴가로 여라 나라를 훑어버리는 한국인 체질에 딱 맞는 가성비 여행이었다.      


정신없이 바쁜 패키지여행을 몇 번 다녀온 사람들이 서서히 여유로운 여행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10일에 6개국이 아닌 10일에 한두 나라만 가는 여유로운 여행을 하기 시작했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곳에 체류하면서 현지체험을 해보는 체류형 여행객도 늘어났다. 이러한 현상은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2018년경부터 해외 한달살기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한달살기도 체류형 여행이다. 한 곳에 한 달을 살면서 주변을 관광하고 마트에서 식재료를 사서 요리해 먹으면서 현지인처럼 생활해 보는 여행이다. 체류형 여행이 확산된 것은 숙박 플랫폼인 에어비엔비, 부킹닷컴, 호텔스닷컴 등이 활성화된 영향도 크다. 쉽게, 저렴한 가격으로 한 달을 살 수 있는 숙소를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달살이를 하려면 한 달 이상 휴가를 받아야 해서 퇴직자가 아니면 하기 어렵다. 경제적으로 안정된 퇴직자들이 장기간 자동차 여행이나 체류여행을 했고 일부 용감한 젊은이들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장기간의 해외여행과 해외살이를 하면서 SNS와 유튜브에 해외살이를 알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2020년 코로나가 터지면서 모든 여행이 정지되었다. 해외여행은커녕 국내여행마저 쉽지 않았다.  이 시기에 코로나의 영향을 받지않는 체류형 국내여행이 시작된다. 코로나로 재택근무가 시작되자 직장에 출근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 도시를 벗어나 살기 시작했고 이때 제주도로 가서 장기체류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제주 한달살이가 본격 시작된 것이다. 이전에도 제주에 장기 체류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한 달만 살 수 있는 집 찾기가 어려워 알음알음 집을 구해서 살아야 했다. 집주인이 인터넷이나 네이버 카페에 집을 내놓고 여행객이 직접 연락하여 계약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코로나로 제주 한달살기 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주민들이 주방시설과 세탁기가 구비된 한달살이에 적합한 숙소를 제공했다. 발빠른 스타트업이 숙소와 여행자를 연결시켜 주는 부동산 앱을 만들었으며 대표적인 게 미스터멘션, 리브에니웨어이다. 한달살기 숙소를 소개하는 앱이 생기고 나니 제주 한달살기가 쉬어져서 코로나 기간 동안 제주 한달살기가 유행처럼 번졌다.     


제주 한달살기는 재택근무자인 3040이 많이 했는데 차츰 퇴직한 베이비부머들도 합류했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한달살기는 여행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꼭 한번 해봐야 하는 버킷리스트가 되었다.     


코로나가 끝나고 2022년 해외여행이 다시 시작되자 이제 제주 한달살기가 해외 한달살기로 발전한다. 코로나 기간 동안 해외여행에 갈증을 느꼈던 여행객들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갈 때 한달살이 하러 나가는 사람들도 덩달아 많아졌다.       


젊은 대학생들은 방학기간 동안 배낭을 메고 전 세계를 종횡무진하지 한 곳에서 눌러 있지 않는다. 한달살기는 시간 많고 유유자적 인생을 보내고 싶은 퇴직자가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코로나 기간 동안 1957~1963년생 베이비부머가 본격적으로 퇴직한다. 나도 그중 한 명이다. 이들은 6.25 종전 후 폭발적인 인구증가 시기에 태어난 사람들이다. 2023년 태어난 23만 명 보다 4배나 많은 100만 명 이상 태어난 거대 인구집단이다. 이 들은 이전 세대에 비해 교육 수준도 높고 경제력도 있어서 해외여행을 즐겨 왔으며 퇴직후 시간이 많아지자 해외 한달살이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다.      


코로나 3년간 쏟아져 나온 많은 퇴직자들이 코로나로 움츠려 있다가 이제 제2의 인생을 즐기기 위해 해외여행과 해외살이에 뛰어들었다. 2023년 해외여행객 2200만 명 중 베이비부머 퇴직자가 많은 수를 차지했을 것이다. 내가 작년 해외에서 본 한국여행객은 상당수가 60대 퇴직자 들이었고 치앙마이에서는 한달살이 하고 있는 퇴직자들을 많이 만났다. 여행 유튜버들의 영상을 보면 베트남, 라오스, 태국에 많은 퇴직자들이 한달살이 또는 그 이상 장기체류 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녀 영어교육을 위해 해외 한달살이 하는 엄마들도 많아졌다. 자녀 영어교육이라기보다는 자녀교육을 빙자한 엄마의 해외여행이라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방학이 되면 많은 유치원생, 초등생과 엄마가 영어권 나라로 가서 한달살기 하고 있다. 그중 비용이 저렴한 말레이시아는 겨울방학이 되면 한국엄마들이 가장 많이 찾는 나라이다. 쿠알라룸푸르와 조호바루에는 겨울방학이 되면 한국인 학생을 위한 영어학원과 숙소가 문전성시이다. 영어공부가 아니더라도 방학이 되면 자녀들에게 추억과 국제적인 감각을 키워주기 위해 세계 이곳저곳에서 장기체류하는 엄마들이 많아졌다. 내 조카며느리도 방학만 되면 애들 데리고 외국에서 한 달을 살고 온다.    


해외 한달살기 하려는 사람이 많다 보니 한달살기 앱인 "리브에니웨어"에서는 국내뿐만 아니라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숙소까지 안내해주고 있다. 2023년 폭발적으로 늘어난 해외 한달살기 열풍이 2024년 더한 열풍으로 오고 있으며 시간이 갈수록 이런 현상은 가속화될 것이다. 한국의 비자파워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무비자로 192개국을 방문할 수 있으면 대부분 3개월간 무비자 체류가 가능하다. 우리는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에서 한달살이를 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어서 더더욱 한달살이 여행객이 늘어날 것이다.    

  

내 브런치글 제목에 “60대“와 “한달살이“가 들어간 글이 꾸준히 조회수가 많이 나오는 것을 보면 지금 퇴직했거나 퇴직하려는 사람들이 한달살이에 관심이 많은 것이 느껴진다.

     


그런데 왜 20일이나 두 달 살기가 아니고 한달살기 일까?     


한달살기는 꼭 한 달을 산다기보다는 장기체류 여행의 대명사이다. 20일을 있다가 와도 한달살기 했다고 하고 두 달을 체류했어도 한달살기 했다고 한다. 한 달이라는 단어가 익숙해서 기간이 딱딱 떨어지는 한달살이로 명명했을 것이다. 실질적인 이유에서도 한 달 체류가 유리하다. 장기체류자를 위한 숙소가 한 달을 기준으로 할인율이 높아지고 여행지에서의 교통권이나 해외로밍 서비스 등도 한 달이 기준이어서 한달살이가 경제적으로도 유리하다.      


나는 지금 다섯 번째 나 홀로 한달살이를 하고 있다. 제주도, 일본 삿포로, 태국 치앙마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베트남 냐짱이다. 목적지에 처음 도착하면 숙소 주변을 파악하고 핵심 관광지를 다녀온 후 새로운 곳에서의 루틴을 만들다 보면 일주일이 금방 간다. 2주일째가 되면 루틴에 따라 하루를 지내게 되는데 처음의 새로움과 설렘이 차츰 사라진다. 2주가 지나고 3주째가 되면 조금씩 지루해진다. 주변에 볼 것이 많다고 하더라고 2주 지나면 더 이상 볼거리가 없어진다.     

 

외국인이 서울에 와서 한달살이를 한다고 가정해 보자. 첫 주는 경복궁, 창경궁, 박물관, 남산타워, 서촌, 북촌 열심히 찾아다니겠지만 2주째가 되면 더 이상 갈만한 데가 없어진다. 2주째는 자기의 루틴을 만들어 매일 청계천이나 한강변을 걷고 광장시장에 가서 이것저것 먹고 백화점, 동대문시장, 남대문 시장을 기웃거리면서 서울생활을 즐기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일주일 하다 보면 신비감이 없어진다. 기차나 버스로 강릉이나 부여등을 다녀올 수도 있는데 그것도 이삼일 이면 끝난다. 그래서 3주째에 들어서면 지루해지기 시작한다. 지루하다고 제주도, 울릉도, 부산, 여수등을 돌아다닌다면 그것은 서울 한달살기가 아니고 한국 장기 여행이다. 한달살기는 체류하는 도시를 중심으로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것이다.    


해외 어느 도시를 가던 비슷한 상황이다. 지겨워지는 3주째부터 하루하루를 얼마나 즐겁게 보내는 가는 현지에서 하는 취미생활 여부에 달려있다. 요가나 요리를 배우고 배드민턴이나 골프를 하거나 나처럼 글을 쓴다면 남은기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하면 3주째부터는 지겨워진다. 별생각 없이 제주 한달살이 떠났다가 2주 정도 지난 후 지루하고 답답해서 다시 돌아오는 사람이 꽤 있었다고 한다.     


체류형 여행은 한 장소에 2주가 적절한 듯하다. 2주 넘게 지내려면 할 일을 만들어 와야 한다. 유튜버들이 방영하는 한달살기 영상에서 처럼, 시장 봐서 요리하고 맛집에서 식사하고 관광지 다니는 것만으로 한 달을 즐겁게 보낼수 있을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유튜버들은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유튜버라는 일이 있기 때문에 한 달이건 두 달이건 지루하지 않게 살아갈 수 있다. 할 일이 없는 사람은 2주가 지나면 지루해지기 시작하며 내가 여기서 뭐 하는 거지?라는 회의감이 생길 수 있다.    

 

자녀 영어교육차 말레이시아 한달살이 온 엄마들은 애들을 데리고 이곳저곳 샅샅이 뒤지느라 시간이 잘 간다. 애가 즐거워하는 모습만 보고 있어도 엄마들은 행복해진다. 애들 학교 보내고 잠시 커피숍에서 학부모들 간 수다 떨고 점심 먹다 보면 자녀가 돌아오고 이후 자녀와 놀다 보면 하루하루가 심심하지 않게 잘 굴러간다. 이런 엄마들은 특별한 취미생활이 없이도 한달살이가 지겹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별생각 없이 한달살이 온 사람은 아는 사람 없는 외국에서 지루하고 재미없는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퇴직자들이 혼자 와서 한달살이 하는 경우도 제법 있다. 할 일이 없으면 3주째 들어서부터 빈둥거릴 수 밖에 없다. 한국에서 탑골공원 나들이 하듯이 한국인 퇴직자들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가서 한국인끼리 카페, 당구장, 노래방에서 어울려 지낸다. 베트남 다낭에 가면 60대 퇴직자들이 모여서 노는 동네가 있다고 한다. 베트남의 탑골공원이다.     


할 일을 만들어서 해외살이를 나오면 한 달이던, 두 달이건 지루하지 않다. 세 달 이상 체류 한다면 현지인들과 함께 하는 취미생활을 할 수도 있다. 서울에서 처럼 주민센터에 등록하여 요가나 헬스를 할 수 있고 골프나 배드민턴 동호회에 가입해서 현지인과 함께 활동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달살이는 현지인 생활에 들어가기에는 기간이 너무 짧다. 오로지 본인 혼자 또는 부부가 할 수 있는 일이나 취미생활을 해야 한다.    

  

유튜버를 할 수도 있고 그림을 그릴 수도 있으며 현지에서 단기 강습을 받아 수영, 댄스, 영어, 필라테스 등을 배우면서 한 달을 즐겁게 보낼 수 있다. 나처럼 여행작가를 목표로 글을 쓰고 브런치에 글을 올릴 수도 있다. 한 달을 즐겁게 보낼 수 있으면 두 달이건 세 달이건 지겹지 않게 지낼 수는 있다. 그러나 한달이 지나면 새로움이란 측면에서 한계 효용이 떨어진다. 일상이 익숙해져서 편해지는 대신에 처음 이곳에 도착해서 느꼈던 새로움과 신선함이 사라진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곳에서의 설래임이 바닥나는 한달이 되면 해외 다른곳으로 옮겨 새로운 기분으로 다시 한달살이를 시작 한다.      


시간이 갈수록 한달살이 하는 퇴직자가 늘어날 것이다. 100만 명 이상 태어난 1957~1971년생이 퇴직하는 향후 10~15년간 퇴직자들의 해외여행과 해외살이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동남아 국가들은 벌써 한국인의 한달살이를 타깃으로 숙소와 관광상품을 만들었다. 해외에 사는 교민들도 한국인들의 한달살기 열풍을 겨냥하여 장기체류 가능한 숙소나 카페를 직접 운영하기도 한다. 외국어 울렁증이 있는 한국인을 위해 한국어 잘하는 직원을 고용하기도 한다. 이제 한달살이는 더욱 쉽고 편해져서 대중화될 것이다. 


한달살이 준비하는 미래 퇴직자들은 혼자서 또는 부부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좋은 취미를 많이 개발하시길 바란다. 개인적 으로는 돈안들고 시간 잘가는 글쓰기 취미를 추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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