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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다 Mar 16. 2023

달님 엄마를 바꿔주세요

잊지 못할 참관수업의 기억이 있다.


직장에 다니는 내가 1년 학교 행사 중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행사는 학교에서 하는 참관수업이다

다른 행사는 바빠서 참석을 못해도 아쉽지 않지만 참관수업은 아이의 학습 태도, 친구 관계, 아이 절친의 엄마 스타일이나 가치관도 알아볼 수 있는 중요한 행사인 것이다

직장에 다니는 엄마들이 모든 학교 행사에 참석은 불가능할 테니 그 많은 행사 중

 하나를 택하라면 나는 " 참관수업"을 권하고 싶다

연년생인 도도와 밤톨의 참관수업이 겹치면 나는 밤톨의 참관수업에 참석한다

밤톨은 도도와 달라서 질투의 화신이기 때문이다.

밤톨의 1학년 참관수업 주제는 추석과 연관 지어서 달님께 소원 빌기였다

칠판에 노란 달님 종이를 붙여두고 아이들은 포스트잇에 달님에게 빌 소원을 적는다

다른 친구들은 마니 친구들의 소원을 맞추고

참관수업에 참여한 부모들은 자기 딸 아들의 소원을 맞추고

선생님은 발표를 한 친구들에게 칭찬을 해주고 민족 대 명절에 어울리는 훈훈한

참관수업 내용이 이어졌다.

참고로 그날 아이들의 의상은 한복 ^^

( 하루종일 한복을 입고 하교 후에도 아파트 놀이터를 쓸고 다닌 건 안 비밀)

(그 모습이 귀여워 사진으로 남겨두었다)


드디어... 다른 친구가 우리 딸의 소원을 발표한 순간....

난   우리 밤톨의 소원임을 느꼈다...

꼬물꼬물 한 귀여운 입술로

달님~ 우리 아빠 돈 많이 벌게 해 주세요

달님 좋은 친구 많이 사귀게 해 주세요

달님 선물로 로봇을 받고 싶어요

달님 할머니 건강하게 해 주세요 등등 아이스러운 발표들이 이어지고 있는

훈훈한 참관수업 중,,,,

달님" 우리 엄마 좀 교환해 주세요" 헐.... 달님에게 엄마를 교환해 주라고...    

난 우리 딸의 소원임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소원이 발표되자 여기저기서 엄마들이 웃고 난리다

도대체 누구 소원이며 그 아이의 엄마는 누구인가...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더니 우리 딸이 뒤를 보며 큰소리로 외친다

" 엄마 ~ 내가 부끄러워?" ㅋㅋㅋㅋ 응 부끄럽다....

나도 우리 딸의 소원임을 알았지만 우리 딸도 내 반응이 어떨지 알고 있었나 보다    

집에 와서 소원의 이유를 물으니 우리 딸이 말해줬다.    

(바쁜 엄마 말고 친구 엄마들처럼 안 바쁜 엄마로 교환주라고,,,/ 딸의 설명을 들으니

수업시간에 나의 무지한 생각으로 아이의 질문에 답한 게 미안해졌다)    



참관수업이 끝나고 시간여유 있는  엄마들이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며 다른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들의 이야기를 공유한다         

직장맘 엄마들은 시간 여유가 상대적으로 있는 엄마들의 모임을 참석하지 못하니 1년에 딱 한번 많으면 두 번 정도 딸아이 친구 엄마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그 귀한 시간에 엄마들과 대화를 나누면 나도 가끔은 전업맘으로 살면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주고 싶다는 생각과 미안하다는 생각이 교차하기도 했다        

 엄마들의 최대 관심사는 아이들의 교육이다

초등학교 1학년인 아이인데 학원투어를 4~5개 하는 경우도 많았다

맞벌이가 많아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학원을 순회하며 그 시간을 벼텨야 하는 아이들도 힘들겠지만  1학년 아이를 학원에 어쩔 수 없이 보내야 하는 부모도마음이 아플 것이다.

엄마들은 서로 학원과 교육에 대한 열띤 토론을 하며 아이들 이야기, 시댁 이야기, 자기 이야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엄마들이 전하는 교육정보의 바닷속에서 한참을 듣다 보면 아... 내가 모르는 엄마들의 세계가 이렇게 재미있는 곳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난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지 않는다

내가 어렸을 때  학원에 다니지 않았던 이유가 가장 크고  우리가 직장에 다니는 시간이 근무시간이라 생각하면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시간이 아이들의 근무시간이다

직장맘들이 야근을 미친 듯이 싫어하듯 아이들이  학원에 머무르는 시간은  아이들의 야근시간 아닐까?    

다른 엄마들이 나에게 아이들을 어느 학원에 보내느냐고 묻는다

안 보낸다고 하면 자기만 알지 말고 같이 공유하잔다

심지어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해도 나중에 내가 하지도 않는 이야기가 각색되어 돌아다니다 나의 귀에 들어온 적도 있다.

몇 년에 걸쳐 그런 이야기를 듣고 보니 이제는 이야기를 할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되어 버렸다    

요즘은 친구를 만나러 학원에 간다는 아이들이 참 많다

난 우리 아이가 친구를 만나러 도서관으로 갔으면 좋겠다

책에는 세상에 많은 친구들이 언제든 반겨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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