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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다 Mar 16. 2023

나는 지금 누구로 살아가는 중 일까?

나로 살아가는 것

두 번째 스무 살이 되던 해에 생각해 봤다. 나는 지금 나로 살아가고 있는 걸까?

생각해 보니 첫 번째 스무 살까지가 나로서 오롯하게 자유롭게 살았던 기간이었다.

부모님이 항상 그러셨다. “학교 다닐 때가 좋은 때다 그러니 지금 많이 누리며 살아라”

하셨는데 첫 번째 스무 살이 막 지나고 얼마 되지 않아 직장생활을 시작한 나는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직장생활을 시작한 후에 절실하게 깨달았다,    

사람들과 하는 수다, 관심 분야 책 읽기, 언제든 훌쩍 떠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이며 딱딱하고 정해진 틀 안에서 하는 일들을 의외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직장생활을 하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지만 일단 시작한 직장생활을 학창 시절로 되돌리기에는 20대 초반의 나에겐 큰 용기가 필요했다.

사람들과 하는 솔직한 수다(좋은 건 좋다고 하고 싫은 건 싫다고 말하는 성격)는 나에게 들려오는 험담이 되었고 관심 분야 책 읽기는 재미없고 하고 따분한 사람이라는 후문으로 돌아왔다. (독서 모임을 한다는 이야기를 이제는 하지 않는다) 결혼하기 전까지 친구들과의 번개 여행, 마음 맞는 직장 동료 언니들과의 전국 일주 여행, 아이친구 엄마들과의 소소한 여행들이 나와는 맞지 않는 직장생활을 버티게 해주는 행복한 통로였음을 지금은 안다.    

두 번째 스무 살이 되도록 이 길이 나와는 맞지 않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다 보니 남들이 보기에는 성실하게 묵묵하게 일하는 직장인으로 보였겠지만 나로 오롯하게 살아가려는 방법을 찾느라 방황도 많이 했다.

MBTI 성격검사를 직장생활을 하기 전에 했을 때 ISTJ로 나왔었는데 10년이 지난 다음에 해보니 성격이 ESTJ로 바뀌어서 환경의 영향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 보기도 했다.

직장생활 10여 년이 지나 엄마가 된 후에야 나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

 나 스스로 나를 정의하지 못하고 있는데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은 없었다. 아이가 7살 때쯤 도도가 “엄마, 나는 사는 것이 너무 행복해요!”라고 하며 나에게 엄마는 어때요?라고 질문 했던 적이 있다. 한 번도 나는 지금 나로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걸까?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 당황스러웠지만, 그때 나에게 그런 질문을 해준 도도가 감사하다.

그날 이후로 우리 집 가훈이[ 나로 살아가는 기쁨 ]이 되었으니 말이다.    

두 번째 스무 살 기간 동안 나 스스로 어떤 것을 했을 때 가장 행복한지 찾아가는 기간을 가져 보기로 했다. 만약 이 기간에 한 가지라도 내가 진정 좋아하는 일을 찾게 된다면 세 번째 맞이하는 스무 살은 더 행복하지 않을까?

내가 좋아하는 빨간 머리 앤이 했던 말 중에 “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져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걸요?”라는 대사가 있다.    

긴 인생을 살아보지 않았지만 인생은 생각대로 되는 날보다 되지 않는 날이 많다 그때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생각대로 되지 않은 일을 새로운 만남을 위한 기대로 생각한다면 앞으로 다가올 세 번째 스무 살은 너무 행복할 거 같다.

내가 살아본 첫 번째 스무 살의 기억이 아이들에게는 첫 번째 설렘이 될 수 있도록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는지 생각해 보는 이 하루가 나에게 더욱 소중하고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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