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히지 않는 삶에서, 쓰여지는 이야기로
온라인에 자취를 드러내지 않고 살았습니다. 계정은 여기저기 있지만, 포스팅은 하지 않습니다.
언어의 특출한 재능이 없는 보통의 인간이 중학교 시절부터 공교육으로 배운 영어와, 서른 살에 독일에 와서 익힌 독일어 실력으로 일상을 헤쳐나가다 보니, 늘 외국어 실력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결국 무조건 외국어로 된 글만 읽자라고 다짐을 했고, 술술 읽히지 않는 외국어 책들은 먼지만 쌓여갔습니다. 그리고 전 그냥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들어가는 것이 없으니, 나오는 것도 없었습니다. 당연히 포스팅할 일도 없었습니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문득 17년 전 써두었던 글들을 꺼내 브런치 발행을 감행했습니다. 오래된 글들을 다시 다듬는 일은, 지나온 제 시간을 의미있게 만들어 주는 소중한 작업이었습니다.
너무도 잘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만 넘쳐나는 세상에서, 어쩌면 나같은 사람의 이야기도 한 켠에 놓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초보 베를리너로 시작했던 17년 전부터, 정해진 길 없이 이것저것 해보며 흘러온 시간들. 뭔가를 이뤘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그렇다고 멈춰 있지도 않았던, 그런 저의 이야기를요.
하지만 생각의 파편들을 모아서 하나의 글로 만드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글이 되지 못한 수많은 문자의 묶음들을 엮어낼 재량이 없어서, 언제까지 초보 베를리너로 머물러야할 지도 모르겠어요.
세상의 잣대나 경제적 관점으로 보면 쓸모없던 시간들이, 브런치에서 글이 되고 누군가에게 읽히는 마법과 같은 순간들을 경험했습니다. 이런 순간들을 앞으로도 차곡차곡 쌓아나가고 싶습니다. 짧은 에피소드들이였지만, 관심가져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배경 이미지: DALL·E (OpenAI 생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