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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하 May 18. 2021

속도와 각도

길 위의 사람과 행복


아침에 눈을 뜨면 지난밤사이 무엇이 새로운 게 있을까 단톡 방이며 헤드라인 뉴스 창부터 열어본다.


보긴 보는데, 과연 얼마나 소화 가능할까 싶다. 주변이 정신 사나울 때가 많아 아니 이것저것 보다가 나의 삶은 흩어졌다. 자기에게도 긍정이고, 타인에게도 긍정이길 원하지만 어떤 날은 자기와 타인 사이에서 균형점을 잃고 만다. 속도가 빨라서 각도를 잃어버린 것이다.


보는 게 중요해졌다. 아는 것도 중요해졌다. 듣는 것은 더 중요해졌지만..


과연 무엇을 보고 듣고 알고자 했던 것인지 나는 묻는다.


늘 걷던 길에서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90도로 젖혀 올렸다. 초록색 잎들이 햇살 아래 울창하게 길을 덮고 있는 줄 몰랐다. 수평으로 나란하게 펼쳐진 파릇파릇한 잎사귀들을 보면서 나는 무엇을 보고자 했을까 물어본다.

무엇이 되었든 그것의 너울만 보다가 희로애락 애오욕의 균형을 깨뜨린 것은 아닐까.




그 자리에서 한 발도 움직이지 않고 시선만 달리했다. 속도가 0이었는데, 고개만 돌려도, 볼 수 있는 것은 너무 달랐다. 나무 사이 하늘이 보였고 다시 정면을 보니 길이 보인다. 고개를 45도 좌우로 돌리니 길은 사선이 되었다. 직선이었던 길이 옆으로 누웠다. 앞만 보고 가면서 네가 본 것이 다 맞더냐 하며 질세라 평행선을 펼친다. 눈앞의 나무에 지긋이 눈길을 주니 나무뿌리 기둥에 기대어 노란색 꽃들이 활짝 펴 있다. 누굴 쫓듯 재빠르게 네가 가는 사이 나는 이 곳에서 활짝 피었으니 약 오르지? 하는지, 나처럼 너도 피어날 것을 바람에 지도록 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스러운 위로를 건네는 것인지 나는 알 수 없다. 

빠르게 휙휙 걸어갔다면 놓쳤을 꽃이었다. 아니 봤어도 스치고 지나갔을 터였다.


쫓길 이유가 없는데 무엇에 쫓기고 있을까. 욕심을 부린다고 볼 수 있는 것도 아닐진대.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도 이렇게 볼 게 다양하니 각도만 달리해도 사는 게 달라질 것이다. 어쩌면 많이 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


많은 것을 보더라도 머물러 생각할 시간이 없어 쫓기기만 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호학 심사이면서도 심사가 중요함을 길 위, 멈춘 자리에서 깨닫는다. 

하나를 보더라도 배움에 즐거움이 있고, 그 자리에서 생각이 깊어진다면 또 다른 문이 열릴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그것이 우리의 삶이고, 나의 삶이길 원한다.

속도가 좀 느려도 괜찮을 것이다. 각도가 1도 5도, 45도, 90도, 180도... 등 시선의 고도를 조금만 달리해보자.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여도 깊은 생각과 이해가 이루어지면 세상을 달리 보게 되지 않을까.

새로운 문이 그 자리에서 열리지 않을까. 내 길이 막힌 듯해도, 그 길이 새로운 길이 될 수 있다. 속도가 아닌 각도를 달리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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