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크랜베리땅콩쿠키
오늘의 구움은 으깬 바나나와 으깬 땅콩과 크랜베리가 들어간 쿠키다. 중력분을 써서 바삭하기보다는 빵 같은 식감이 나구 설탕을 확 줄여서 바나나에게 좀더 단맛의 책임을 맡겨봤다. 계량컵은 샀지만 계량을 정확하게 하지 않는다. 베이킹은 과학이라는 말은 재미가 없다. 내멋대로 때려넣는 베이킹은 언제나 새롭지만 언제나 망할 것을 각오해야 한다. 불안하구 노답인게 더 인생같다. 그래도 맛있는 쿠키들을 구워보려고 오븐을 샀는데 일단은 망한 쿠키의 역사들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 가게를 낼까 1초 동안 생각해 봤다. 망한 쿠키 가게. 팬닝을 잘못해서 모조리 붙어버린 쿠키한판 삼천원. 짤주머니가 터져서 모양이 뭉개졌지만 맛좋은 쿠키 천오백원.
톨스토이의 말을 변형하자면, “성공한 쿠키는 모두 비슷하지만, 무릇 망한 쿠키는 나름의 이유로 망했다.”
또옥같은 쿠키들을 진열해두는 시중의 기준에 있어서는 망한 쿠키지만 맛이 좋다면, 어쩌다 오늘의 메뉴판에서 그걸 알아봐준 누군가가 기꺼이 맛봐 준다면, 이상한 위로가 될 것 같지 않으냐구.
어쨌든 오늘의 바나나크랜베리땅콩쿠키는 모양은 갖추고 맛을 덜 갖췄다. 담에 이걸 또 한다면 오트밀과 박력분을 넣고 시나몬 같은 향을 넣어봐야겠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