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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J Valerie Mar 14. 2019

#1. 지구 반대편에서 만난 내 인생의 멘토

2008년 여름, 루브르 앞에서 만난 나탈리

2008년 여름,

 

대학 졸업을 1년 앞두고 있었다.

누구나 그렇듯 머리가 복잡해져 오는 시기다.


'휴학을 할까?'

'인턴쉽을 좀 더 해볼까?'

'곧바로 졸업을 해 취직을 할까?'


세상의 고민은 내가 다 안고 있을 것만 같은 마음으로 고민하다,

휴학 한번 안 한 게 억울해 대학교 3학년 여름방학,

3개월간 혼자 유럽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우리 집도 참 유별나지 별 반대 없이 답변은 'YES'였다. 그래서 순탄하게 유럽 여행길에 올랐다.


전공이 미술사이다 보니 어쩜 유럽 여행은 대학교 초기에 가느냐, 끝날 때쯤 가느냐의 차이였을 뿐

모든 과 친구들의 필수코스였다. 난 그저 후자를 선택했고 혼자 갔을 뿐이다.  


유홍준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고.

'뭔가 좀 알아야 아는 척도 좀 하고 복습도 해봐야 내 것이 되지!'란 마음으로

유럽행 티켓을 겁도 없이 편도로 끊었다.


3개월간 여행 계획은 빡빡했다.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스위스

9개국의 20개 도시를 순방하는 스케줄이었으니 말이다. 여행지 선정 기준은 나름 간단했다.


'서양미술사 시간에 본 명화 중, 내가 보고 싶은 명화가 소장돼 있는 도시’


내 성격이 원래 그렇듯, 계획은 없었다.

꼭 가야 될 곳만 정해져 있었지 그 외에는 그냥 느낌이 가는 대로 돌아다녔다.

한 도시에서 볼일이 끝나면 그제야 기차 티켓을 끊고 다음 목적지의 저렴한 호스텔을 예약하며

방랑자 같은 여행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즐겼다.

지금 생각하면 세상이 흉흉해 다시 가라면 못 갈 것 같지만, 그땐 정말 무식하게 용감했던 것 같다.


여행이란 게 참 신기한 게,

내가 살고 있는 삶의 공간에 있을 땐 내 고민이 세상에서 제일 큰 고민인 것 같고, 나를 좀먹어 죽을 것만 같다가도 비행기를 타고 순간 이동을 하고 나면 내가 어제 뭐 때문에 힘들었지? 하며 건망증 환자가 돼버린다.


첫 여행지인 오스트리아 빈 공항에 도착과 동시에 난 건망증 말기 환자가 돼버렸다.

여행하는 동안 내내 말이다.


유럽여행을 다녀와 공통적으로 내게 묻는 질문 중 하나가 시시하게도

'어디가 제일 좋았어?'란 질문이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좋았던 도시가 가장 싫었던 도시이기도 하다. 난 망설임 없이 '파리'라고 대답한다.


너무 기대를 해서 그런가? 아니면 좋은 곳들을 먼저 갔다 와서 그런가? 파리지엥들은 인간미가 없다. 자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 때문에 영어 쓰는 아시아인이 꼴 보기 싫었나?


호스텔 체크인 때부터 영어를 알아들으면서도 못 들은 척하며 대화를 거부하는 데스크 직원 때문에

여행 중 처음으로 눈물을 흘려야 했다.


또, 날씨는 왜 이렇게 구릿구릿한지 오락가락하는 날씨 탓에 침대에 누워 나가기가 싫었다.

그래도 명색이 명화들만 모여있는 루브르 식이나 있는 유럽 여행지 중 꽃 중에 꽃인데

침대에 누워서만 보낼 수는 없어, 해가 질 무렵 야경도 볼 겸 카메라를 들고 길을 나섰다.


앞으로 그 길이 나의 인생을 180도 변화시킬 거란 상상은 하지 못한 채 말이다.


[2부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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