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지기의 발걸음 1편

방랑 소설, J.han 단편집 수록 작품

by J HAN

어느 쪽배 하나가 푸른 빛 일색인 바다를 건너가고 있었다. 어디에서 왔고, 또 언제부터 떠 있었는지는 모자를 눌러쓰고 가만히 배 위에 앉은 남자를 제외하면 아무도 모를 것이다. 남자의 이름은 콜이었다.

본래라면 자기가 사는 조그마한 섬의 등대에서 한가로이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을텐데,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인지 남자 자신도 이해가 가질 않았다. 한가지 확실한 점은 현재 수중에 먹을만한 식량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 확실함은 평생을 섬에서 살아온 콜을 뱃길에 오르게 만들었다. 노를 젓는 법이나 물의 흐름에 배를 띄워보내는 법은 얼마전까지 자기를 키워준 할아버지한테 배웠기 때문에 실천이 그닥 어렵지 않았다. 다만, 반년 전 할아버지가 죽고 난 뒤로 콜의 마음 속에 자리한 슬픔과 외로움이 아직도 배 한켠에 동석하고 있을 뿐이었다.

할아버지가 죽으면서 콜은 혼자가 되었다. 할아버지의 말에 따르면 자기를 낳은 어머니라는 인간은 콜을 낳자마자 죽었다고 한다. 약 20년 전, 난파된 배에서 살아남아 작은 섬까지 떠밀려 온 사람은 콜의 할아버지와 어머니 뿐이었고, 어머니가 죽고나서 할아버지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콜을 가슴으로 품었다. 콜이 자란 섬은 크기를 고려하지 않으면 제법 구색 있고 살기 좋은 곳이었다. 야자열매가 주렁주렁 열리는 나무도 열 그루 정도 있고, 맨발에 가벼운 차림으로 바닷가에 가면 물고기들이 조금씩 모여들었다.

아마 할아버지 혼자서 그 섬에 살았다면 자급자족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 때 할아버지는 이미 핏덩이 하나를 어엿한 어른으로 키울 마음을 먹은 상태였다. 열매를 맺지 못하는 나무를 몇 그루 베어 만든 배로 할아버지는 육지에서 식량을 조달해왔다. 간격은 제각각이었다. 어떤 때는 두달에 한번, 또 어떤 때는 네달에 한번. 간격이 어쨌든 콜은 그런 할아버지의 정성과 사랑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랐다.

"망할 노인네. 기왕 모아둘거면 조금만 더 모아놓지."

조용히 그렇게 뇌까린 콜이었지만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진 않았다. 오히려 원망한다면 숨을 놓기 직전에 할아버지가 말한 유언 쪽이었다.
'비축해둔 식량이 있단다. 아껴먹으면 여섯달은 족히 버틸 수 있을거야. 그러니 그전까진 절대로 육지에 가지마려무나. 약속해다오. 콜. 늙은이의 헛소리라 여기지 말고...'

콜은 거절할 마음이라곤 꿈에도 없다는 듯이 연신 '네, 할아버지. 꼭 그럴게요'라 답했다. 거짓이 아니었다. 실제로 그는 이렇게 반년이 지나 자신의 스무살 생일을 맞이한 날에 항해를 하고 있었으니.

시선의 끝에 육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어릴적 잠자리 맡에서 할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에서 나오는 풍경을 빼다박은 항구가 쪽배를 반겨주었다. 콜은 옆에 놓아둔 갈색 자루를 손으로 움켜쥐고 옛 생각을 의식 저편으로 넘겨보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