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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AN May 15. 2022

이 주의 시들-재즈

있는 듯 없는 듯 내 곁에


안녕하십니까, 제이한입니다. 재즈를 주제로 한 이주의 베스트 시간이네요.

음악이 주제였어서 그런지 다른 때보다 좀 더 들뜨는 마음입니다. 특히 재즈는 제가 좋아하기도 하고요. 깊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동시에 여러 음악들의 특징이 섞인 장르라 설명을 간단하게 하기가 몹시 힘든 음악입니다.

그러니 이번 주제는 여러분들이 모두 재즈에 대해 어느정도는 알고 있다는 걸 전제로 깔고 들어가겠습니다. 작품에 관해서만 얘기해도 내용이 충분히 길어질테니까요.

그럼 이번 주 베스트에 오른 글들을 소개하겠습니다.



1. 전략평론가님의 '마지막 만남'

https://m.fmkorea.com/4580410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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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몰래 나를 훔쳐본다.
신천의 어느 재즈bar에서 너를 보내고
소나기를 맞으며 한 참을 걸었다.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새벽의 거리를 걷는다.
소나기를 맞으며...
어둠의 도시에 나는 잡혀 먹히고 있다.

그 깊은 수렁으로
나는 찢겨진 채로
나는 힘없이 기대어 선 어느 담벼락에서
쭈그리고 앉아
죽을지도 모른다.

내 의지를 빼앗겨 버린 흐린 눈동자로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자욱하게 담배 연기가 내려앉은 bar
내 얼굴 맞은편에 있던 그녀가 떠오른다.
손가락 사이에 물린 담배를 떨구고는
새빨간 입술을 움직여 이별을 말하던 그녀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아름다운 선율로 이어지던 음악도
내 앞에 놓여진 그 어떤 술로도
나를 달래줄 수 없던 그 새벽 bar를 나서며
소나기를 맞으며 한참을 걸었다.

나는 이제 어디로 가야만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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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이 시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여유로운 선율의 이면에 새겨진 외로움' 일 것 같네요. 슬픔을 재즈로도 덮지 못한 화자가 억지로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상심이 너무 큰 사람에게 재즈는 도움이 되지 않나 봅니다. 일단은 재즈도 음악이기에, 듣는 이가 걷기를 멈추고 귀를 기울여야 할테니 말입니다. 그러나 화자는 우선 자기가 던진 질문에 대답을 하는 게 먼저일 듯 싶네요.

잘 읽었습니다.

2. 포동포동포체티노님의 '구두'

https://m.fmkorea.com/458188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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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초한 이 밤에

누가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것인가

소리에 귀를 기울여본다.

둔탁한 이 울림소리에

들려있던 잔의 물에 파문이 일고

싸늘한 공기바람마저

갈길을 멈추네.

트럼펫 소리에 정신을 차려보니

경쾌한 구두굽 소리가 귓가를 적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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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마음의 문을 북처럼 두들기고, 호수에 잔물결이 일게 하는 음악이 재즈죠. 아무리 조용하게 살고 싶다한들 음악도 듣지 않고 살 순 없는 노릇입니다. 귀를 닫아도 들려오는 노래가 있다면. 더욱이 그 음이 거슬리지 않는 장르가 있다면 아마도 그건 재즈일 겁니다.

문이 열렸으니 이젠 상대의 권유를 승낙하고 같이 춤을 춰야겠죠. 구둣발 소리에 다른 악기들의 음이 겹쳐질 때까지.

잘 읽었습니다.


3. 에스프레소주님의 '발걸음'

https://m.fmkorea.com/459478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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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게 걷는다.
어느 음악에 몸을 맡긴 채.
멈춰서 빙그르르 돌기도 하고.
발레리노처럼 우아하게 손을 휘젓는다.
허벅지를 손바닥으로 열심히 두드린다.

검은 세상.
주황빛 가로등 아래.
난 재즈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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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재즈를 듣는 사람의 상상 속에선 자신도 그 곡의 일부가 됩니다. 뮤직비디오가 있다면 자기는 주인공인 발레리노. 길거리 공연을 하고 있다면 이번엔 허벅지로 박자를 맞춰주는 드러머. 콘서트 중이라면 빙글빙글 흥에 겨워 춤을 추는 관객.

비록 실제로 걷고 있는 곳은 가로등이 깔린 검은 세상이지만, 화자는 개의치 않고 음을 흥얼거립니다. 재즈를 듣기에.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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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베스트는 어떠셨나요. 재즈를 들으면서 한번 써봤는데...감상을 남기는 부분이 은근 편하게 써진 것 같네요. 티도 조금 나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헣.

다음 주에도 좋은 작품들과 함께 찾아뵙겠습니다.
모두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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