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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AN May 23. 2022

이 주의 시들-사심

조금만 마음을 열어주세요


안녕하십니까, 제이한입니다. 사심을 주제로 한 이주의 베스트 시간이네요.

사심이란 특정한 사람에게 깊은 애정을 가진다는 뜻의 단어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이라 서로 맞물리지 않고 일방향인 경우가 많은 개념이죠. 따라서 사심을 받는 사람이 당사자의 마음을 알게 되면 대부분 부담스러워합니다. 너무 과한 호의는 감당하기가 어려우니까요.

하지만 단어를 시적으로 탐구하는 쪽은 언제나 아쉬운 사람들의 몫입니다. 놓아주고 싶지 않기에, 계속 자신의 사심을 정제해서 문학적으로 타자화시키는 것이죠. 특정인을 향해 혼자서 품는 마음은 추할 뿐이지만, 그걸 시로 써서 불특정한 상대에게 방향을 돌리면 아름다움을 넘어 고귀함마저 깃듭니다. 이번 주 베스트에 오른 글들처럼요.

과연 얼마나 애절할까요. 함께 보시죠.



1. 겨울철의매화님의 '아직은'

https://m.fmkorea.com/4607460267
////////////

갈 때가 되었다며 
발을 옮기지만

셔츠 끝을 잡아줬으면
비가 내렸으면
시간이 멈췄으면

소매 끝에 묻은 본심
한번만 잡아줘요

////////////
시평: 감정을 주도적으로 피력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지만 몸이 따라주질 않네요. 자기가 말을 꺼내기보단 상대가 먼저 움직여주기를, 비가 내려서 함께 지붕 밑으로 가기를, 그냥 시간이 멈춰서 이대로 영원히 발이 떼어지지 않기를 바라는군요.

그래도 부끄러움을 비롯한 소극적인 자세와 본심이 겨우 타협한 결과, 마음이 소매 끝으로 조그맣게 묻어나왔습니다. 이쯤 되면 한번 잡아주기를 저도 바라봅니다.

잘 읽었습니다.


2. 라아라리님의 '사랑'

https://m.fmkorea.com/4618152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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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잔잔한 너였기에
스리슬쩍
발끝부터 수면에 넣었다.

바다에서 뛰놀던 너를 보았기에
다시금 그 찬란함을 잡아보고 싶다

이런 저런 쑤심들로
더욱 바위속으로 깊게 들어간
빛바랜 너를

차라리 내 수조에 가두고 싶어
미끼를 드리워본다

물고나면 그만이니
아무생각 없이
찬란하던 그때처럼
한번 물어라

//////////
시평: 맨 처음에 품었던 사심의 동기가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사랑의 낚시대를 붙잡고 있는 화자입니다.

찬란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잔잔한 상태 그대로 수조에 틀어박혀 있어도 좋습니다. 바위 속에서 나와 내가 던진 미끼를 물어주세요. 그 옛날 활발하던 당신이 한바탕 뛰어놀다 말고 나한테 흥미를 보였듯이.

화자가 드리운 낚시대에는 그런 마음이 압축되어 있네요.

잘 읽었습니다.


3. 아이유100%님의 '사심'

https://m.fmkorea.com/4614434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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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보채듯 속삭이는 말 사랑해
수줍게 답하는 말 나두
만나면 덥석 포옹하고
엉겁결에 안기며 토닥이는 작은 손

앞서는 나는 사심이고, 뒷서는 그녀는 사랑인가?
난 매일 보고싶고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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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시선의 진로가 살짝 겹쳐진 두 사람. 그러나 상대의 중심으로 곁눈질을 더 보내는 사람은 항상 화자입니다.  

애정을 먼저 표현하는 것도 자신. 더 세게 안는 사람도 자신. 을의 연애를 하는 것 같아 종종 서운할 때가 있지만, 뒤늦게나마 반응해주는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커서 그냥 가슴에만 담아둡니다. 뒤에서 따라오다가 돌연히 그 자리에 멈춰 서버리진 않으니 말입니다.

그녀가 날 따라오는 이상, 내가 품은 사심이 변하기 전까지, 뒷서는 그녀는 사랑일 겁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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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베스트는 어떠셨나요. 사랑이나 애정보다 더 감정을 이입하기 쉬운 '사심'이 주제였는데요. 기본적으로 질척질척하고 때때론 추잡해보이기까지 하는 모습이 글에 제대로 드러났던 것 같습니다.

다음 주에도 좋은 작품들과 함께 찾아뵐테니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모두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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