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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AN May 30. 2021

유혹을 주제로 한 시들

솔직히 내가 이브였어도 그 사과는 먹었을 것 같다


안녕하십니까, 제이한입니다. 유혹을 주제로 한 이주의 베스트를 시작하겠습니다.

유혹은 누군가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꼬시는 것을 의미합니다. 굉장히 광범위한 개념이라 수단과 방법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죠. 하지만 그에 반해 우리가 실생활에서 입에 자주 담는 표현은 아닙니다. 끽해야 피시방에서 정글러 친구가 아리 유혹 빠졌냐 물어보는게 다죠.

그래서 유혹은 단어로써 직접적으로 표현되기보다 심리나 행동 자체에 깃들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인, 금전, 명예, 행복...사실상 인간의 욕망과 관련된 모든 요소에 유혹이 숨겨져 있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유혹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보통 유혹은 하는 사람과 당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유혹은 행해진다는 사실만으로도 양쪽을 모두 끌어들이는 개념이기 때문이죠. 유혹에 혹해서 넘어가는 사람은 유혹의 수단에 이끌린 것입니다. 그리고 유혹을 행하는 사람은 그 사람의 존재에 이끌린 것이죠.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는 속담이 있지 않습니까. 말장난 같아 보이지만, 먼저 유혹을 당했기에 유혹을 한다는 소립니다.

그러니 유혹에 당하기만 한다고, 자긴 마음이 너무 약한 게 탈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유혹의 본질은 마음이 흔들리는 자기 자신한테 있으니까요. 끌려다닐 필요는 없습니다.


그럼 이번주 베스트에 오른 작품들을 살펴볼까요. 참고로 이번주는 올라온 작품이 적어서 두 개밖에 선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1. 달그밤님의 '유혹'

https://m.fmkorea.com/360458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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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핀 저 작은 꽃도

바람에 실린

조그만한 몸짓으로

사력을 다해 유혹하는데

나는 여태 무얼하는것일까


나라는 사람

유혹은 할줄모르고

홀리듯 유혹만 당하는꼴이

꽃에 얼굴을 처박고

궁둥이만 씰룩거리는

호박벌같구나

라고 생각하는 찰나


꽃술을 잔뜩 묻히고

날아가는 궁둥이를 보며

나는 호박벌의 유혹에 빠져버렸다

꽃도 호박벌도 서로를 유혹하는 것이구나


나는 고작 담배 한개피의 유혹에

빠져있는데

호박벌과 저 길가의 꽃은

참으로 고상한 유혹이구나

오늘따라 씁쓸한 담배가 더 씁쓸하구나 하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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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사람들은 심리적인 요소에 차등을 매기는 걸 왜 그렇게 좋아할까요? 이 사랑이 저 사랑보다 더 고상하다, 저 사람의 취업동기는 나보다 더 건실하다, 이런 감정들을 저울질해서 남는 게 과연 무엇이 있을까요.

이 시의 화자는 자신이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지 못하는 것에 불만을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 불만이 유혹이라는 특정한 형태에 달라붙었을 뿐이죠. 쉽게 말해 자기한텐 남의 이목을 끌만한 매력이 없다고 여기는 겁니다.

겨우 담배 하나에 신경을 쏟고 날아다니는 호박벌이나 부러워하는 신세. 수동적으로 라이터 불만 붙이는 기계. 가만히 서 있는 꽃보다도 못한 인간. 온갖 수식어를 붙여도 결론은 하납니다. 나는 매력이 없는 인생이구나.

절망스러운 감정의 단편을 슬쩍 엿본 것 같은 시였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2. 페드리곤살레스님의 '유혹'

https://m.fmkorea.com/3619431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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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만이야

벌써 몇 번째 되풀이하는 말인지 모르겠다.

시간은 흐를대로 흘렀고

내 지인들은 지쳐서 떠났다.


처음부터 이럴 생각은 아니었다.

그냥 한번만... 딱 한번만.

그런데 그 한번이 성공하니까 계속 하고싶더라.

실패하면 끝내면 돼.


어리석었다.

실패하면 실패한대로 아쉬웠고

성공하면 성공한대로 감질맛 났다.


결심했다.

정말 이번만 하고 끝내기로.




실패다.

아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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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바로 위에서 한 말을 번복하고 싶진 않지만, 이 시에 나온 유혹은 다른 종류의 유혹들보다 질이 나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도박을 할 때와 비슷한 감정을 사람에게 주기 때문이죠.

도박과 다른 것이 있다면 낙하가 그렇게 크지 않다는 점입니다. 도박은 한번 실패하면 실이 무척 커지지만, 유혹은 다릅니다. 계속해서 사람을 놔주지 않고 귀에다 속삭입니다. '한번만 더 해봐, 솔직히 아까는 좀 아쉬웠잖아. 시간을 조금만 더 써줘'. 이런 식으로 사람을 좀먹어가지요. 물론 이 글이 비유가 아니라 진짜 도박을 다룬 것이라면 얘기가 조금 달라지지만요.

전체적으로 유혹의 어두운 면을 잘 조명한 시였네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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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베스트도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제가 요즘 몸매 관리도 할 겸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데요. 하면서 가장 많이 떠오르는 단어가 유혹이었습니다.

음식이라는 이름의 유혹이었죠. 평소에 제가 공기처럼 먹었던 사탕, 숨쉬듯이 넘겼던 메로나, 밥 대신 자주 먹었던 햄버거. 끊고 나니 저것들 모두가 버티기 힘든 유혹이 돼서 절 괴롭히는 중입니다. 오늘로 3주차에 들어가는데...과연 잘 견딜 수 있을지.

다음 주에도 양질의 작품들과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이만 줄일게요.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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