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그라나다

일년에 두번 그라나다

일년에 두번 스페인을 가게 될 줄은 몰랐다.

돈키호테의 풍차마을 Consuegra 에 가서 문득 든 생각이다.

스페인 여행을 가도, 잘 가게 되지 않는 시골에 풍차 마을.

그런 곳에 일년에 두번을 가게 될줄 몰랐다.


스페인 consuegra


3월에 플라멩코 선생님과 그라나다 여행을 하고 원데이 클라스를 듣고

아예 일주일 내내 오전에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관광을 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아이디어로

갑자기 12월 그라나다 플라멩코 연수가 결성되었다.

무조건 신청을 했다. 12월네 내 상황이 어떨지 생각해 보지 않았다.

플라멩코 수업을 들을 수 있다니 일초도 망설이지 않고 손을 들었다.


그러나 9월부터 족저근막염이 재발해서 발이 슬슬 아파지기 시작하고

10월부터 한달 프랑스 여행을 다녀오느라 발은 계속 나아지지 않았다.

족저근막염은 한번 시작하면 완치가 잘 되지않고 계속 관리가 필요하다

소염제를 먹고 물리치료르 해도 악화되지 않고 유지될 뿐 잘 낫지 않는다

나을 때까지 걷지 않고 발을 최대한 안 쓰는 것밖에 뾰조한 수가 없다.

그런데 한달 동안 여행하느라 계속 걸어다녔으니 내 발의 상태는

아슬아슬하게 하루하루 버티는 수준이었다.

많이 걸으면 밤새 화끈화끈하고 밤새 조금 나으면 또 걷고 ㅠㅠ

그 상태라면 그라나다 수업을 취소했어야 맞는데

이상한 강박으로 취소하지못하고 정해진 일정이니 시차 적응도 충분히

안된 상태에서 스페인을 다시 가게 되었다.

이 나이에 (나이? 60대 중반을 향하여 ㅋㅋ) 무리한 일정인 줄 알면서.


결국 그라나다 수업은 참여도 못하고 구석에 앉아 구경만 했다.

남들 수업하는 영상 기록만하고 짜증내고.

일주일내내 수업료만 내고 영상만 찍어야한다고 투덜거리며.

내가 생각해도 참 한심한 상황이다. 내가 아파서 못하니 어쩔수 없지만

내가 왜 온다고 했나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다른 사람들이 신나게 수업을 하고 있는 걸 보며 짜증이

확 올라오기도 한다.

구석에서 울고있는 나 ㅋㅋ


수업도 여행도 바라던 대로 되지 않았다.

한발짝 멀리서 상황을 바라보고 나를 바라보고 반성을 했다,

약속을 꼭 지켜야한다는 고집이 이런 일을 만든것이 아니었을까.

상황이 안되면 취소 하면 되는데 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내가 뱉은 말은 꼭 지켜야하는 쓸데없는 강박이 있다.

젊을 때는 시간과 일에 대한 강박이 심했다.

아무것도 안하고 보내는 시간이 불안해서 무엇이든 해야하고

그래서 일을 하든 공부를 하든 쉬어 본 적이 별로 없다.

할 일이 없으면 쉬지않고 책이라도 읽었다.


이제 그럴 필요 없는데. 어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나이다 되었다.

늙는 것은 슬프고 힘들지만 편하기도 하다.

일에 매이지 않고 다른 사람들 눈치도 보지 않고

내 마음대로 하면 되는데..... 나 혼자 강박적으로 지키려는 약속들.

상대방은 기억도 못하는 말들.

나도 조금은 흘려버리고 살자.

이제는 모든 강박도 책임감도 더 내려놓고 살자.

내 몸을 먼저 챙기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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