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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리스트

오늘 죽음메뉴는 죽음입니다


   ”버킷리스트 만들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을 지금 해라“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 놓은 버킷리스트. 적어 놓지는 않았어도 누구나 그런 것이 있을 것이다. 언젠가 한번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바람 같은 것들 말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버킷리스트가 있으면 잘못 살고 있는 거라고. 어쩌란 말인가. 그의 주장은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지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버킷리스트를 자꾸 만드는 것은 하고 싶은 일을 미루고 하지 못한다는 말이니까. 이론상은 맞는 말이다. 그럴듯하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모르겠다.


  나에게도 버킷리스트가 있다. 가능한지 모르지만 죽기 전에 소설을 쓰고 싶다. 그보단 조금 가능한 것은 어른을 위한 그림책을 만드는 것이다. 지금 당장 하라고 말하고 싶지만 아직 능력이 되지 않는다. 준비하다보면 언젠가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있을 뿐.     

  버킷리스트처럼 거창한 이름 붙이지 말고, 하루 하루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것을 하려고 노력하며 살면 되지 않을까. 젊은 시절 우리는 해야 하는 일만 하다가 피곤해서 지치고 인생은 그렇게 지나간다. 그렇게 사는 게 당연한 줄 알았다. 어른이니까, 책임감 있는 어른이니까. 아내라서, 엄마라서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이제는 일도 내려놓고 아이도 다 커서 내가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해도 상관없는 나이가 되었지만 도전하기에 너무 늦은 것도 있다. 어떤 일은 어울리는 때가 있다. 해야 하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먼저 해도 인생에 큰 상관이 없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우선 순위를 조금 바꿔도 괜찮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거기서 얻은 에너지가 있어야 해야 할 일도, 남을 위한 일도 할 수 있다.     


  언젠가 그림책을 만들기 위해서 그림 그리는 연습을 하고 간단하지만 감동적인 스토리를 찾기 위해 나는 오늘도 책을 읽고 여기저기 헤매고 다닌다. 책상 앞에만 앉아 있다고 좋은 글이 나오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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