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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연 Dec 14. 2019

(핀란드 일지) Finland - Helsinki

헬싱키의 향기




2019.07.29


탐페레 월세집 빼는 날.

집에서 버스터미널까지 태워주겠다는 빌레.

비록 2인승의 짐 차라서 짐과 토미는 실어 보내고 나는 탐페레의 마지막 풍경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뚫어지게 눈에 담으며 후다닥 터미널로 걸어가야 했지만

짐이 많은 우리를 위해 아침 일찍 준비했을 빌레.

마지막까지 술쟁이들을 위해 맥주와 컵 받침을 선물로 주고 빠이빠이 한 훌륭한 젊은이.

나는 한국에서 준비해 온 병뚜껑 재활용 키 홀더를 빌레에게 선물로 주고 

그렇게 이제 헬싱키 월세집으로의 이동이다.

담배와 복잡함 투성이던 첫 헬싱키의 인상이 기억나 걱정이지만

고맙게도 오늘부터 또 갑자기 가을이 된 핀란드의 날씨에 기대되는 이사.


두둥.

터미널에 내려 낑낑 짐을 끌고 이동하는 길.

헬싱키의 모든 인구가 나와 담배로 환영인사를 한다.

그래. 나도 안녕이다.

서울에서 바로 헬싱키로 왔었다면 와... 이렇게 한산한 수도가! 했을 텐데

탈린과 탐페레를 거쳐 오다 보니 시골쥐가 상경한 듯 북적북적, 복잡 복잡.

정신을 못 차리게 복잡하고 북적거린다.

집주인 하이디의 딸과 연락 후 만나 들어간 헬싱키의 집.

동네가 고건물들이 많고, 우리 아파트도 꽤 연식이 있어 보인다.

인사를 하고 집 설명을 듣는데 내내 무표정으로 시크한 하이디의 딸 제니스.

수더분하고 수다스럽던 그간의 집주인들이 떠오른다.

헬싱키에서 이 집이 없었다면 핀란드 2달 계획을 세우지 못했을 정도로 시세 대비 저렴한 집.

허허허.

딱 고만큼인가 보다.

첫 일기를 지금 (8.10)에 쓰고 있을 만큼 잠을 잘 곳부터 새로 뭔가 세팅할 것 들이 많다.

작은 마당을 둘러싼 작은 아파트의 1층인데 이런 곳이 처음인 나는 발가벗거진 느낌이다.(8월10일 현재까지도!)

그래도 여기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주머니 가벼운 우리의 핀란드 생활.

모든 것들을 한국에서 더 한 집에서 살았던 나날들을 생각하면 아무 문제도 아니게 된다.

이 정도면 호화롭다.


아침에 바나나를 싸와서 터미널에서 먹은 것을 제외하고 오후 4시까지 공복.

집을 내려놓기 무섭게 바로 마트를 찾는데 탐페레에서는 볼 수 없었던 ALEPA라는 마트다.

공복엔 역시 맥주.

그리고 핀란드의 어떤 곳에 들어가도 구할 수 있는, 

그러나 즉석식품 좋아하지 않아 먹지 않았었던 비건 즉석식품들 몇 개를 집어 우격우격. 

1층 주민들 주민들 왔다리 갔다리 하는 풍경과 

조금 답답한 시야의 마당을 보여 배를 채운다.

배를 채웠으니 이제 마트 문 닫기 전 식재료를 채워놓아야 해서 찾아간 LIDL.

맥주를 한껏 먹고 이동해서 바로 급쉬! 가 마려워 곤란한 상황이...!

그래도 핀란드야.

핀란드는 탈린이랑 폴란드랑은 달라.

여기 큰 건물 어디 가면 무료 화장실이 있을 거야.


괄약근의 집중도를 떨어뜨리지 않으며 눈에 불을 켜고 둘러보니

공원에 바로 무료 화장실!

휘바!

역시 핀란드.

한국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이 정도의 무료 공중화장실이 있다는 것이

방광취약자, 여행자, 뚜벅이에게는 정말 큰 장점으로 다가온다.

베트남, 폴란드, 탈린 모두 화장실비가 매일 지출 내역에 있었지만

탐페레에서는 단 한 번도 화장실로 고민한 적이 없다.


탐페레와는 비교도 안되는 담배 냄새, 공사현장, 북적임. 그리고  쪽잠을 자야 하는 집.

그럼에도 잘 지내보자.

머물게 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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