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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연 Dec 18. 2019

(핀란드 일지) Finland - Helsinki

바위가 살아있는 바다





2019.08.02


언제나 그렇듯 이사를 하면 며칠은 거리 구경을 하면서 장을 봐놓는 것이 중요 일과.

헬싱키에서의 며칠은 내내 바닷바람 영향인지 칼바람이 불고

탐페레보다 공기가 좋지 않은 덕분인지 코피가 멈추지 않는 나날이다.

또한 헬싱키의 냄새를 '끊이지 않는 독한 담배 냄새와 쓰레기 탄내와 아스팔트 냄새'' 라고 각인했을 만큼

코가 내내 힘든 헬싱키의 향기로운 날들이다.

사람들이 여유 있고, 평화롭다는 핀란드라더니

사람을 보면 질주하다가도 무조건 일단 멈춤 하던 바르샤바, 탈린, 탐페레의 운전자들이 비교가 될 정도로 

이곳은 걷는 사람도 경보처럼 빨리빨리, 자전거나 쌩쌩이도 사람 가리지 않고 돌진,

운전자는 녹색불에서조차 거~의 세우지 않을 만큼 무법이고 바쁘다.

서울과 정말 다르지 않다고 느껴지는데 그래도 공기가 좋고, 시원하고, 인구밀도가 적은 정도랄까?

헬싱키의 월세집이 EIRA 지역인데 이 동네가 뭐 유명한 동네인지 사람도 많고, 차도 많고

암튼 외출하면 최대한 빨리 이동 장소를 향해 걸어갈 정도로 느낌이 산뜻하지 않다.


그간 아시아마트가 있는 칼리오 방향으로 걸어가면서 강도 보고, 시장도 보고, 미친 공사판도 보고

장보고, 밥해 먹고, 맥주도 마시고, 영화도 보고 그냥 보다 쉬다, 보다 쉬다.

지내고 있다.

여기 와서 컨디션이 좋지 않은지 오늘은 서울을 떠나고 처음으로 오후까지 누워있었던 것 같다.

일어나 수박으로 배를 채우고 집에서 5분 거리라는 바다로 나가기로 한다.

동네에 독특하고 오래되어 보이는 웅장한 건물들이 많은데

바닷가 쪽인 오른쪽으로 접어드니 엄청 크고, 웅장한 주택단지들이 들어서 있다.

딱 봐도 값이 나가는 집들이지 싶다.

그대로 담이 낮고, 대문이 작아 위화감과 이질감을 주는 건물들은 아니다.

여기에 바다가 있나? 싶은데 잠시 후 바로 바다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온다.

정말 바다가 5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었다.


탈린에서도 그렇게 보고 싶었지만 막히고, 누군가의 소유라 보지 못했던 바다.

지금까지 본 정도만으로 내가 알고 있는 핀란드의 좋은 점은

숲이나, 공원이나, 주택이나, 바다나, 호수나 인위적인 장벽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아이들이 아빠와 놀고 있는 작은 모래사장 옆에는 검고 붉은 큰 바위가 살고 있고

그 옆은 사람들이 개인 요트 등을 메어 놓은 긴 해안선.

칼바람이 부는데도 여름을 즐기기에 바쁜 사람들이 가득이다.

돌을 좋아하는 나는 큰 바위에 잠깐 신세 지고 앉아 바다를 멍하니 보고 싶은데

많은 사람들이 이미 바위 한자리씩을 맡아 술 마시고, 담배를 피워대니

멀리서 바라보며 사람들이 없을 시간을 머릿속으로 계산하고 다음을 기약한다.


이르거나 비 오는 날은 바위 위에서 담배 피우고 소리 지르며 놀지는 못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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