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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연 May 26. 2020

(Macedonia Ohrid)
 왔구나,오흐리드!

마케도니아 일지





2019.09.02


스코페 버스 터미널에서 오흐리드행 버스 표를 예매하고 정류장에서 위치를 확인할 때

분명 30분은 먼저 도착해야 한다. 고 했다.

큰 짐을 짊어지고 다니니 뭐든 1시간 이상은 여유를 두고 다니는 우리는 새벽부터 다시 이사 준비를 마치고

청소와 정리 정돈, 셀프 체크아웃을 하고, 집 주인에게 인사와 사진을 보낸 후 슬렁슬렁 터미널로 향한다.

당연히 일찍 도착.

다시 버스 타는 곳을 확인하고 늘 그렇듯 아침으로 챙겨 온 바나나를 나눠먹는다.

이제 30분이 남은 것 같은데 버스가 오지 않고, 초입에 있는 아저씨께 여쭤보니 아직이란다.

뚫어져라 관심 집중된 터미널 안에서 어슬렁거리며 몇 번이고 버스 도착을 확인하니

이제 10분 남은 시점인데 5분 후에 도착한단다.

왜 시간 엄수를 강조했던 걸까.

마지막으로 화장실을 들르는데 유료. 데나르.

입구에서 청년이 돈을 걷고 있다. 

베트남과 같은 모습. 익숙함에 반갑고, 여자 화장실 앞에 앉아 있는 청년 덕분에 조심스럽다.


핀란드냐!

칼같이 5분 전에 도착해서 출발 시간이 되지도 않았는데 출발하던 핀란드 버스처럼 5분 전에서야 도착한 버스.

터미널의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난다.

모두 오흐리드에 가는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대단한 관광지이긴 하구나.

모든 사람들의 짐을 싣고, 사람도 싣고 버스는 예정보다 10분 넘게 지연되어 출발한다.

스코페를 벗어나니 바로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그러다가 바로 산으로 접어들어 풍경을 눈에 담아두기 바쁜데 길이 대단하다.

베트남 사파의 산길이 생각나는 아찔하고 아름다운 길.

그런데 기사 아저씨가 계속 통화 중이다.

핸즈프리도 아니고 핸드폰을 손에 들고 들여다보고, 다이얼을 누르고 손에 들고 끊임없이 통화다!

이런!

자칫하면 굴러떨어질 것 같은 꼬부랑길인데 이 사람아!!!

속에서 열불이 나고 불안함에 심장이 쫄깃해지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조금 더 애정을 담아 토미를 쓰다듬 거린다.


도착했다.

다행히 영혼과 몸뚱이가 분리되지 않고 제대로 도착했다.

오흐리드 월세집 주인이 기다리는 미치도록 쨍쨍한 오흐리드.

터미널까지 데리러 나온 빽바지를 입은 요반과 인사를 나누고 짐을 싣는데 우리의 트렁크 덕에

빽바지에 얼룩이 생겼다.

덕분에 조금 짜증 난 듯, 아니면 원래 성격인 듯,

내내 태도가 지금껏 집주인들과는 사뭇 다른 요반의 집에 도착. 

이 집은 전망 때문에 예산보다 조금 더 주고 예약한 집이다.

다른 건 몰라도 전망은 사진과 같았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더 좋다.

집 크기도 여태껏 서울을 포함해 살아 본 월세 집 중에서 가장 넓다. 

집 떠나니 호강이구나. 

오래된 아파트를 개조한 우리의 오흐리드 집은 창도 너무 낡았고, 인테리어도 뭔가 촌스럽고 묘하게 요상하지만

그리고 계속 거슬리는 요반의 뉘앙스가 유쾌하지 않지만 전망 하나로 모든 게 좋다.

전자로 신청하고, 인쇄물까지 건네 준 스코페 집주인과는 다르게 

오흐리드 집주인은 우리가 작성한 서류를 들고 신고를 하고, 확인증을 잘라 건네준다.

거주 등록을 신청해야 하는 마케도니아의 법으로 도착 전 여러 번 확인하고, 

제대로 해주려나 내내 생각했던 부분이 이제 모두 해결되니 속이 다 시원하다.


일단 최소 두 달 계획한 오흐리드 월세살이 이사가 끝났다.

포르투갈로 넘어가기 전 다음 계획은 모두 미정이지만 일단 이사가 끝났으니 동네 구경하고

맥주로 이사 축하하자!

생각보다 더 음침하고, 구석진 아파트 단지와 골목을 지나 올드타운, 그리고 드디어 호수!

참으로 궁금하고, 어찌 보면 다른 모든 곳들 중 가장 기대가 많은 곳이라 막상 도착하니 오늘 다 알고 싶지 않다.

살짝 호수와 인사를 하고 애써 발걸음을 돌려 유일한 채식 식당으로 알고 있는( 더 있었음 좋겠구먼!)

닥터 팔라펠을 찾아 팔라펠을 주문해 먹는다.

나는 후무스도 좋아하지 않고, 튀김을 좋아하지 않아서 배고프니 오늘 일단 먹자.는 맘으로 들어온 것인데

팔라펠에 향신료가 엄청나서 생각보다 느끼하지 않고 무척이나 맛나게 흡입한다.

가격도 무려 100데나르. 한화 2000원 정도의 가격이다.

오호. 적어도 오늘로 끝나지는 않겠구나.

그렇게 따라다니며 쨍쨍거리던 해가 밥 한번 먹으니 급속도로 도망가고 있어 마트에 들러 내일 식량 장을 보고 

재빨리 맥주를 사 발코니에 착석.

그렇게 어두움과 해의 그라데이션을 실시간 바라보며 이사 회식을 오래오래 즐긴다.


나름 오래 머물 오흐리드. 

그렇게 천천히, 조금씩 많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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