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니아 일지
2019.11.14
도시마다 따라다니는 빨간 군단의 습격으로부터 조금 살만해져
티라나의 재래시장이라는 곳으로 나선다.
슝슝 차도 피하고, 콜록콜록 담배 연기도 피하면서도 눈에 보이고 밟기는 건 모조리 담으며
또다시 내리는 폭우도 피하고, 가랑비도 맞고...
신식 재래시장이라 기대는 하지 않지만 시장.이라는 이름은 무조건 마음을 끈다.
온통 바비큐와 맥주, 카페가 있는 초입을 지나 어김없는 눈 사진 세례를 받으며 들어간 시장.
어라.
예쁜 신식 건물 속에 장사는 하시는 건지 알 수 없이 묘한 공존과 짜 맞춤의 묘한 공간이다.
예쁘게 칠하고 번듯한 시장과 그 주변의 모습을 슥, 지나치며
그 터를 벗어나 걸으니 펼쳐진 또 다른 세상.
티라나 시내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화려한 색과 패턴에 묻힌 진짜 색과 패턴이 늘어서 있다.
그렇게 가까움에도 마치 다른 세상처럼 펼쳐진
그들만이 만들 수 있는 아름다운 일상의 패턴!
생각이, 머리가, 지도가 지시한 뭔가를 찾아다니는 것보다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지금 자리한 곳, 그 공간 안의 모든 것들이 주는 놀라움과 감동, 아름다움이 얼마나 큰지.
향수 냄새와 진한 화장 뒤로 숨겨진 숨은 진짜 삶의 모습이 아름답다.
더 가난해 보이고, 몹시 허름해 보여도 그 진짜 모습이 그렇다고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