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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연 Mar 23. 2021

(Tirana)아름답다. 보다 멋진 말을 할 수 있다면

알바니아 일지








2019.11.24


사는 곳마다 걸어 다닐 수 있는 2시간 이내의 녹지는 무조건 본능적으로 찾아 나선다.

내내 달랏 같은 폭우와 쨍함, 흐림이 반복되어 장 보기는 불편하지만 눈과 마음이 행복한 티라나.

요 며칠  잠깐의 부슬부슬을 제외하곤 햇빛 기피자도 기분 좋게 쨍한 티라나다.

아침 과일을 먹고 무작정 지도 위의 녹지를 향해 돌진.

도로와 복잡함이 귀찮지만 다행히 일부는 티라나 공원 길을 통과해서 갈 수 있어 신나게 땅을 만나 걷고

아직 한 번도 지나지 못한 다른 숲길을 만나며 걷다가 마주친,

건너야 만날 수 있는 다른 녹지를 건널 수 없는 대형 도로.

교통지옥이라는 베트남의 고속도로에서도 뚫고 지나다녔지만 

한국만큼 사람보다 차가 당연히 우선인 데나 막 나가는, 

아우토반 티라나 도로를 한참을 바라보다가 돌아선다.

웬만해선 그냥 건넜겠지만 처음 티라나 집에 들어와 창으로 마주 선 산과, 

그 산을 타고 지어진 산 마을이 늘 궁금했기에 크게 아쉽지 않을 수 있었다.

늘 고마운 티라나 공원을 공공 화장실에 들렀다가 다시 숲길을 돌아 그곳을 찾아 나선다.

아쉬움을 접고 다시 기분 회복하여 돌아선 그곳은 더 한 아우토반.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반대편으로 통하는 지하 길을 지나 늘 궁금하던 그곳으로 다가서니

여기가 사파인가. 달랏 인가.

멀리서 본 산 밑의 조화로운 동네가 아닌 산을 모조리 깎아 온갖 신식 단지를 지어내며 

'호화'로 묻혀버리고, 드레스와 하이힐로 강제로 갈아입는 중인 가여운 흙과 나무와 산.

그래도 남은 나무 뭉치를 따라 걸어가니 그 이상은 들어가지 못하게 사방을  막아놓았다.

왜 산이 보이는데 녹지 표시가 지도에 없을까. 궁금했는데 이젠 녹지가 아닐 것이기 때문에. 였던 걸까.

아프고, 슬프다.

답답하다.

우리는 소중하고 순수한 것을 손아귀에 넣어 휘둘러야 직성이 풀리는 걸까.

차가 없이는 산속을 갈 수도 없고, 돈이 없으면 자연 가까이 갈 수도, 살 수도 없는 많은 그런 구역들.


이제 걸어서 갈 수 있는 티라나의 모든 녹지는 모두 가 보았다.

처음 오흐리드에서 들어올 때 좁은 미니버스에서 이미 반해버린 산의 모습을 만나고 싶었다.

국립공원을 내내 검색하고 갈 방법을 찾아도 성수기에도 없는 교통편이 비수기가 되니 

그곳들 또한 자동차가 없으면 가지 못하는 곳.

포기한다.


산에 대한 갈망을 버리고 가까운 곳으로 눈을 돌리니 크루여.라는 곳이 있다.

없는 정보를 뒤져서 찾아낸 방법은 버스로 1시간.

다른 오래된 도시들처럼 별 기대는 하지 않고, 바나나 도시락, 찐 감자 도시락을 챙겨

멀미 안 나는 1시간 버스 길을 달려 가볍게 다녀오려 한다.

삐까번쩍 바들북적한 티라나는 벗어나자마자 정말 어렸을 적에 보았을 법한 풍경들이 늘어서 있다.

당장 내려서 돌아보며 만나고 싶은 풍경도 있고, 너무 가난하고 무너져 마음이 쓰린 풍경도 있고.

여기서 사람들, 동물들 어떻게 사나, 싶은 걱정스러운 풍경도 있고, 

여기도 곧 한국과 베트남 등의 나라처럼 되겠구나 싶어 안타까운 풍경도 만난다.

돌과 산의 나라답게 크루여로 올라가는 길은 또 어마어마한 꼬부랑 고갯길.

티라나와 같이 국민 영웅 스칸데르베르의 역사가 타이틀인,  이런저런 크고, 높고, 번듯한 부지를 지나 

올라가고, 구석을 걷고, 올려다보고, 내려다본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사람이 없어 보이는 구석을 찾아 들어선다.


알바니아 티라나만큼 아는 것도 없도, 어떤 기대도 하지 않은 크루여. 

그곳에서 만난 산과 돌과 나무와 바람은 그냥 입은 벌리고 언어를 정지시킨다.

살면서 본 제일 큰 돌로만 된 마을, 살면서 본 제일 큰 벼락 맞은 나무, 살면서 가장 거센 바람의 손아귀.

모두 혀와 언어의 부분만 제외하고 내 모든 세포를 하나하나 강하게 자극하는 모든 순간들.

이렇다 저렇다 이랬다 저랬다 그래서 뭐 했다.

길게 남길 말이 없는 크루여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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