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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연 Apr 10. 2021

(Portugal Porto)
나도 거기 거들었을 거야

포르투갈 일지







2019.12.06

포르투갈, 스페인은 관심 밖의 나라였다.

잘 알지도 못하지만 좋아하지 않는 나라.

그럼에도 수정과 수정을 거듭한, 떠남 계획 막판에 3개월이나 넣은 것은  단 두 가지 이유.

겨울에 너무 춥지 않다는 것과, 대기 질 순위 26위 정도에 든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비쉥겐 기간이 끝나면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은 베를린이었지만 

유럽의 중국과 같은 폴란드와 붙어있는 독일, 그리고 그 주변국들이 겨울에는 공기가 최악이라는 통계를 내고 보니 갈 곳이 포르투갈. 뿐이었다.

그 포르투갈 안에서도 리스본보다는 덜 붐빌 것 같고, 물가도 수도보다는 조금 더 저렴하다는 이유로 

포르투를 첫 도시로 골랐다.

그렇게 갈 곳으로 정하고 보니 

오래되고 후미진 골목을 좋아하는 내 눈에 제법 예쁜 도시로 보였고, 강과 바다를 끼고 있어 

자연도 매우 아름다울 것 같았다.

그렇게 준비를 하다 보니 그 사이 한국 방송을 많이 타고, 

한국인들이 다낭처럼 많이 오가는 곳이 된 것 같다.

그리고 숙소 값은 처음 정하여 대략 생활비를 계산하던 시점보다 너무도 많이 올랐다.

나도 거기에 거든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첫 도착 날, 

보기에 예쁜, 하지만 틈 하나 없이 다닥다닥 붙은 건물 바로 옆이 공사 중인 건물을 보고 

저 사람들 소음이랑 먼지로 얼마나 힘들까. 

했더니 깜깜한 새벽 체크인 후 다음 날 아침에 집을 나서기도 전에 

뚱땅뚱땅

위이이이이잉

바로 옆 옆 건물이 새로 올리는 건물 공사, 바로 윗집이 공사.

내가 바로 그 '힘든' 불쌍한 사람 당첨이다.

지금 일지를 쓰고 있는 이 월세집도 누군가에게 이런 고통은 안겨주며 꾸며졌을 것이다.

하루는 외출하고, 하루는 집에서 보고, 그리고, 먹고, 쉬고 집에 있는 것이 주된 패턴인데

매일 아침 일을 보고 거의 도망치듯 강제로 밖을 나와야 한다.

집 앞이 건물 풍경으로 막혀 하늘색 한번, 구름 한번 보려면 몸을 비비 꼬아야 하는 것도 놀라운데

공사현장 복판 당첨된 집에서 한 달을 지내야 한다니...!

게다가 국도보다 더 시끄럽고, 차량 이동량이 많아서 아직도 매일 놀라는 집 앞 2차선 도로는 

정신이 막막해진다.

광화문 동상 앞에만 가도 차와 소음 때문에 경기가 날 지경인데 광화문은 조용한 시골길이다.

대기 질 통계는 어느 기관에서 내는 건지.

공기질이 마케도니아와 알바니아보다 10배는 더 나쁘다.

첫날부터 서울처럼 다시 코피를 쏟는다.

화와 짜증이 하루에 몇 번씩 오가고

인내와 인내하지 못함에 대한 스스로 나무람이 반복되며 정신 줄 놓고 

하늘을 마음껏 볼 수 없어 답답하고

아직도 제대로 된 밥을 차려먹지도 않고 있다.

다행히 한국에서는 쉽게 꿈꿀 수 없었던. 슬슬 뚜벅이다 들어갈 수 있는 채식 식당이 여럿 있다는 것. 은 위로다.

특히 채식 뷔페 '다 테라' 덕에 외식은 계획에도 없던 포르투에서 벌써 3번의 외식을 하며 굶지 않고 있다.

하노이보다 더 흥미롭고, 재미있고, 아름다운 골목은 아직까지 본 적 없다.

그런데 포르투 강가 앞 구역의 골목은, 

강가에서, 강 건너서 바라본 다닥다닥 붙어 아날로그함을 뽐내는 건물들은

너무도 나의 눈이 즐거운, 마음에 깊이 드는 그런 모습이다.

빈티지함, 일률적이지 않은 색의 조화, 초록이 많은 외벽과 문, 아줄레주. 

그러나 그 마음에 드는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마음 너머로 

이것조차도 내 눈에, 잠시 머물다 가는 이방인들의 눈에는 아름다울 수 있지만

그렇게 다닥다닥 붙어서 견디며 살아야 했던 삶이 분명 모두에게 아름답지는 않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이 남는다.

그럼에도 자꾸 조용히 걷다가도 찰칵.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충동이 든다.

모든 것들이 섞이고 오래되어 무척이나 예쁘고,  구석구석 재미있는 도시.

실제로 강 앞이나 바다 앞의 중심가가 그렇다.

그 관광지의, 역사적으로 남긴 곳을 조금만 벗어나 '진짜' 생활권에 들어가니 놀랍게도 

부서지고, 버려진 빈 집, 그리고 너무도 헐벗은 집들이 많다.

앞쪽과 옆쪽엔 너무 흥분하고 즐거운 사람들과 고조된 거리.

그 뒤에는 너무 삭막하고 가난이 흘러넘치는, 마음 무너지는 거리. 

그리고 나무가 너무 적고, 공사가 너무 많은 도시.

오늘도 그 틈으로 이들을 더 힘들게 하고 있음에 한몫하고 있는 이방인들은

한 손엔 과일 짐을 낑낑, 코는 매연과 담배로 킁킁. 거리며

돌아와서 여전히 공사 중인 복판의 우리 셋집에서 코피를 쏟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아름다운 낭만의 도시 포르투에서의 일주일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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