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일지
2019.12.14
토미와 나는 '결혼식'을 한 사이.
그러나 우리는. 이제는 없어진 종로 3가 앞 우리 밴드 단골 포장마차에서 홍합탕과 똥집을 먹으며
둘이 손을 잡기로 한 그날을 나름의 기념일.로 인지하고 있다.
그날도 이미 지난날이고 특별한 날은 아니기에
내일 그날이네!
오늘 그날이네!
그냥 서로 얼굴 보고 씩- 웃고, 두 팔 벌려 한번 꼭 서로를 안아주는 것이 우리의 기념일.
떠나와서 서로 5일 차이밖에 나지 않은 태어난 날을 별다를 것 없이 종일 함께 지냈다.
매일 차편이 끊이고, 나무가 부러질 정도의 비바람이 지나다니는 포르투 거리에서
골목골목 손을 꼭 잡고 발목 꺾이며 뚜벅이고,
운동화가 참방 빗물에 잠기고 머리카락이 물미역이 되어 시야를 가리고,
몸이 휘청거리며 대자연의 손아귀에 놀아나다가 이것저것 주섬주섬 먹을 것을 사서 뜨뜻한 물로 씻고
공복에 맥주를 들이켠다.
항상 매년 손 편지 정도를 주고받지만 지금은 작은 공간에 매시간 붙어있어 한 번도 편지를 쓰지 않았는데
오늘 새벽에 일어나 쓴, 토미가 전해 준 편지에
공사와, 이런저런 잡다한 공상으로 한껏 말라버린 듯한 눈에
그리고 콧구멍에서 와락.
물이 쏟아져 나온다.
그리고 베를린은 꼭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