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초록별 일지

(타이베이 일지) Taipei- 지열곡에서의 삶

by 한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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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지 모르게 귀여운 동네 베이터우에서

지열곡을 따라 올라가는 길은

그냥 그냥 다 좋았다.

타이베이 중심보다 한산하고

나무, 돌, 흙, 물 모든 것이 완벽해서

굳이 지열곡을 찾아가지 않아도 되겠다 싶었다.

나무에 파묻혀 계곡에서나 쭉 있을까 하다가

무거운 궁둥이를 들어 도착한 지열곡.

아래에서의 여유와 행복에 허우적대던 혼을

다시 쏙 빼놓는 듯했다.

더운 열기와 유황의 냄새, 북적대는 사람들로

저 뜨겁고 아득한 증기만큼 정신도 몽롱해졌다.

멀찌감치 서 신기하다! 괴롭다! 내려가자! 며 발길을 돌리는데

그 뜨거운 유황 열기 속에서도 나무는 푸르고 많은 식물들은

제 소명을 다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 유연하고, 태연하고, 거침없는 생명력이

다시금 위대해 보이고,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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