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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연 Sep 11. 2019

(아직은) 초록별 일지

(타이베이 일지) Taipei-  디화지에



아무리 거대하더라고 신식 건물엔 관심이 없지만

옛 건물과 그 거리가 주는 매력은 차마 거절하기 힘들다.

부슬부슬 비가 오는 타이베이를 모자를 뒤집어쓰고 축축하게 걷다 보면

어느새 청나라로 시간 여행을 하게 된다.

그 옛날 무역의 교역지로

동서양의 물건과, 사람이 넘쳐났을 거리.

그대로 보존된 옛 건물은 접근할 수 없는, 멈춰 있는 박물관이 아니라

현재의 상인과, 현재의 방문객이 그대로 이어받아

여전히 함께 숨 쉬고 있다.

뻐기듯 과시적이지 않고, 위압적이지 않은

아름다운 건물들을 넋을 잃고 가만히 바라보니

현재의 사람과 거리가 과거의 사람과 거리의 모습과 겹쳐져 보여

왠지 모를 뭉클함이 기습한다.

가뜩이나 비가 오면 마냥 들떠 있는 이방인에게

비와 거리가 동시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마구 던져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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