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Dalat)
다시 정신을 단단히 고정시키고 무사히 달랏 도착.
공항버스를 타고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오니 또 마음이 스르르 풀린다.
달랏의 숙소는 처음으로 에어비앤비에 도전.
오전 8시쯤에 시내에 들어오게 되니 체크인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호스트와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빅씨 마켓과 쑤언흐엉 호숫가에서 달랏의 일상을 마음 준비해본다.
숙소는 야시장 근처에 있는 메인 거리에 위치한다.
걸어서는 20분도 걸리지 않는 메인 거리가 돌바닥에 캐리어를 끌고 이동하니
짐의 크기와 무게가 전생의 업이라는 떠도는 말들이 실감 났다.
그것도 고산지대 답게 계속 오르막길을 올라야 숙소에 도착할 수 있다.
날씨가 변화무쌍한 달랏은 5월이 우기의 시작이라 하던데
작년 7월에 왔을 때보다 더 죽일듯한 쨍쨍함 때문에 햇볕 취약자에게는 그야말로
죽을 듯한 고행길이 따로 없었다.
전 사람이 12시에 체크아웃을 해서 1시에 체크인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도 좀 더 늦게 해도 되니 청소를 깨끗하게 해 놔 좋으면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빨리 이 짐들을 던져버리고 싶어 알았다. 하고
바로 옆 리엔호아에서 채식 덮밥과 채소볶음국수를 시켜 먹으며 맥주 생각을 간신히 억누르고 기다렸다.
에어비앤비의 앱을 깔면 카톡처럼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나 보다.
그냥 1시까지 기다리면 되겠지 싶었는데
나는 피씨와 메일에서 답장을 주고받았는데 밥을 먹고 신문물 라우터를 켜서 다시 메일을 확인하니
무슨 빚 독촉처럼 10개가 넘는 메시지가 와있었다.
응?
왜 이렇게까지?
되지도 않는 영어를 굴려야 하고 영문을 써야 하기에 독수리 타법으로 답장을 보내고 있는데
호스트가 내 사진을 보여들고 식당으로 찾아왔다.
하하하
스마트한 사람 같으니...
우리 여행의 첫 에어비앤비 호스트 에릭.
사진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호스트.
(사진에는 풀 정장에 풀 무스를 바르고 누가 봐도 어색한데 호탕하게 웃는 척하는 인상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외국계 베트남인이라 외국어도 다양하게 하고, 해외를 돌아다니며 살았다는 말을 장황하게 써 놓은
프로필을 인상 깊게 봤던 호스트.
인사를 하고 안내를 받아 집으로 들어가면서부터 속사포 영어 랩으로 설명을 시작한다.
좀 편안해지고 싶은데 그의 속사포 영어에 다시 온몸의 감각이 초긴장 상태가 되었다.
급기야 좀 천천히 말해 달라고 하자 잠시 그러는가 싶더니
말도 빠르고, 또 많다.
집의 역사, 본인 가문의 역사, 자신의 일, 아버지의 일, 조부의 일, 그 업적,
자기가 청소했다며 엄청 깨끗하게 했다며 흐르는 땀 어필, 그리고 자신도 비건이라고 아는 레스토랑 사진들과 가문에서 만든 건축들의 사진 자랑 ......
후아.
속으로 작작하자 작작... 중얼거렸지만
디테일한 설명 없이 집을 내어주는 것보다 이게 낫다... 생각했다.
베트남에는 거주 등록이 있다.
항상 숙박업체에 묵었기 때문에 여권을 내어주면 자동으로 신고를 해줬는데
에어비앤비 같은 경우는 신고 안 하는 경우가 많아서 신고를 해주는지 사전에 문의를 하고 선택 한 집이다.
이제 설명을 다 듣고 여권을 확인하고 사진을 찍겠구나 싶었는데
여권을 우리가 떠나는 날 주겠다고 한다.
잉? 사진 찍고 그걸로 신고하고 우리에게 돌려주는 거 아닌가요?
뭐라고 설명을 하는데 깨끗하게 이해를 못 하겠기에 손짓 발짓 대화를 시도하니
우리가 못 믿는다고 생각했던지 자기 사무실로 데려가서 보여주고, 다시 설명을 해주는데
그제서야 공안이 우리가 묵고 있는 동안 처음 신고뿐만이 아니라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확인을 한다는 사실을 이해했다.
공안 최고.
권력 최고.
공산국가임을 전혀 인지하지 못할 만큼 한국보다 더 자유로워 보이는 베트남이지만
이런 일을 마주하면 그렇구나. 싶다.
그건 민주주의라는 한국도 마찮가지지만.
그렇게 집 소개를 듣고, 열쇠를 받고, 룰을 듣고 무사히 체크인.
그제서야 토미와 동시에
후아.....!!!
얼굴을 마주 보니 웃음이 난다.
짐을 풀고, 베드 버그 방어책을 실행하고, 밖으로 나가 어슬렁거리며
지난번 보고 먹어보지는 못했던 껌짜이 집에서 밥을 흡입,
이것저것 장을 보러 빅씨 마트로 슬슬 걸어가니
쑤어 흐엉 호수에 연꽃 조형물이 아름답다.
부처님 오신 날이 지났을 텐데 아직 둔 것인가 보다.
돌아오는 저녁 호수의 빛깔이 인공 조형물 덕분에 고흐의 그림 같은 느낌을 주었다.
베트남어를 보고, 사람들 목소리를 듣고, 현지 식당에서 메뉴를 보고, 주문하고, 밥을 먹고, 인사를 하고
계산하고, 웃고.
이제서야 베트남 보름 살기가 시작되었음을 실감한다.
지난날 그랬음에도 나는 베트남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