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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연 Sep 30. 2019

(아직은) 초록별 일지

(Vietnam-Dalat) 달랏은 하늘, 구름 명소




달랏은 베트남에 대해 조금 알아가던 초기에 베트남 책 속

'남부의 고산지대에 서늘하고 채소와 과일 이 풍요로운 곳' 이라는 문구에 홀딱 반해서 

꿈에 그리던 그런 곳이었다.

한국의 공기와 날씨에 지쳐 가까운 곳으로 피난 가고 싶을 때마다 궁금하던 달랏.

작년에 7일도 안 되는 일정으로 달랏을 방문했던 건 아주 많은 이유들을 안고서였다.

달랏은 직항이 없기 때문에 경유 시간을 포함하여 거의 유럽 일정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3시간 정도의 기차 여행을 제외하고 모든 교통수단을 좋아하지 않는 뚜벅이로서는

살 곳을 찾자는 그런 큰 결심을 하고서야 올 수 있는 그런 긴 여정의 목적지이다.

그렇게 왔던 달랏이라 

마트, 시장에서 채소, 과일을 둘러보고 유기농 판매점을 뚜벅이며 찾아내고

맥주를 먹을 수 있는 곳을 찾아냈었다.

아무리 맛난 베트남 음식이라지만 기름진 것을 먹지 못하고, 달고, 조미료의 맛이 힘든 나로서는 

호텔에 머물면 계속 사 먹어야 하기 때문에 

금세 달고, 기름진 음식에 물려 힘들었기에 이번에는 꼭 채소도 먹고, 밥도 해 먹으리라 다짐해서

작년에 봐 두었던 유기농 매장에서 전 날 호기롭게 사과와 토마토와 케일을 구입해 보고,

아침에 '사사삭' 씻어서 '아사삭' 만족스러운 아침식사를 할 수 있었다.

사과는 한국의 유기농 사과 가격과 거의 똑같이 비싸고, 토마토는 6개 정도에 2000원 정도, 

케일은 한 뭉치에 600원 정도!

한국에서는 매일 먹을 만큼 사랑하는 사과이지만

여기서는 빠빠이.

여기서 사과를 매일 먹다가는 핀란드에서 죽만 먹을 수도 있다.

달랏은 5월부터 7월까지 우기라 한다.

작년엔 정말 매일 같이, 그것도 쨍쨍과 후두두두둑을 수도 없이 반복하는 날씨 덕에

그리고 습도와 잠깐의 더위와 어마어마한 추위의 반복 덕에 가방이 짐으로 빵빵했었다.

그래도 비와 회색빛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을 사랑하는 나는 아주 신이 났었다.

5월의 날씨는 어떨까. 싶었는데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5월이 훨씬 좋겠다 싶다.

거의 매일 비가 오기는 하지만 게릴라성으로 퍽! 한번 뿌리고, 내내 비가 오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렇게 뽀송한 베트남은 처음일 정도로 습도가 적당하다.

아침부터 비가 오면 좋으련만

쨍한 날에는 오전 6시부터 시작해서 오후 4~5시까지 그늘만 찾아 바퀴들처럼 숨을 곳을 찾기 바쁘다.

냐짱 날씨 저리 가라 하는 날들이다.

며칠 동안 쨍쨍해도 낮에 돌아다니다가 기를 빨려버린 바람에

이제 해가 쨍한 날에는 집에서 밥하고, 빨래하고, 일하고, 그리고, 쓰기로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비가 오려고 한다!

비 오려고 해!! 나가자!!!!

토미를 재촉하여 다시 해의 기세가 등등해질세라 서둘러 나섰다.

나서자마자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비가 폭포처럼 쏟아졌다.

와!!!!!!!

팬티만 빼고 홀랑 비에 담가진 채로 가까운 채식 식당으로 들어가 뜨끈 쌀국수를 시키고

모자라서 껌짜이를 잔뜩 먹었다.

어디서나 그렇듯 두 그릇씩 먹는 나를 보고 엄지 척! 하신다.

아직도 허전하지만 일어나 돌아다니기엔 조금 위험한 빗발에 근처 달랏 센터로 들어가

작년에 봐 두었던 푸드코드 채식 식당을 다시 찾았다.

다른 식당들에 비해 메뉴가 단출해서 고르기 수월한 식당에 앉아 후띠에우를 시키고, 또 미싸오를 시킨다.

오오오!

소위 채식 쌀국수라는 것이 질리는 이유가 갖은 가짜 바다, 육지 고기 등과 

일반 쌀국수들과 마찬가지로 채식 조미료가 왕창 항상 들어 있기 때문인데

사파, 하노이, 냐짱, 달랏의 모~든 채식 쌀국수를 먹어 본 것은 아니지만

먹어본 쌀국수 중 가장 맛있는 쌀국수였다.

물론 조미료도 넣었겠지만 채소를 깊게 우린 국물에 버섯, 두부, 아삭 거리는 채소가 잔뜩 들어있다.

먹어 본 쌀국수 중 가장 조미료 맛이 나지 않았다.

가격은 무려 20k. 한화로 1000원 정도.

베트남 쌀국수 특유의 엄청난 기름기를 입술에 칠갑하게 되었지만 정말 만족스러운 쌀국수.

육식자 토미도 여태 먹어 본 쌀국수 중 가장 맛있다 한다.

만족스럽게 식사를 하고 건물 위로 올라가 보니 그렇지 않아도 높은 달랏에서 시내의 꼭대기에 있는 것 같았다.

마침 하루 중 가장 사랑하는 밤이 되어가는 시간.

달랏의 구름은 무척이나 아름다워 늘 하늘을 올려다보며 걷는데

그곳의 구름은, 또 내 눈높이만큼 떠 있는 구름과 짙은 파란색의 하늘이 달랏의 이색적인 풍경들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어떤 유명 관광명소가 아닌 현지인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을 보내는 길 한구석에서 말이다.

그곳에서 해가 질 때까지 길에 서서 바라보다 구름만큼 부풀고 신나는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마음은 가득했지만 배가 또 고파져 포슬 달콤한 달랏 고구마를 또 쪄 먹는다.

이제는 배도 구름처럼, 마음처럼 풍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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