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일지) Vietnam-Hanoi

새장

by 한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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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에서는 눈길 닿는 곳마다

놀랄 만큼 흔히 볼 수 있는 수많은 새장.

현실의 삶으로부터 도망쳐 나와

타국의 노점 카페에서 바라본 맞은편 새장과

그 속의 날개 달린 작은 생명들.

두 다리로 어디든 자유롭게 걸을 수 있음에도

굳이 타지까지 쇠붙이 날개에 의지해 날아와

지칠 때까지 걷고 있는 내 모습을

새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내 손바닥보다 작은 몸이지만

더 큰 세상을 볼 수 있는 날개를 가진 자유로운 영혼들이

그 날개를 접고 나는 법을 숨겨둔 채

온종일 탈출을 꿈꾸고 있을까.

아니면 이미 날 수 있다는 사실조차 잊었을까.

왜 스스로 보이지 않는 틀 속에 갇혀 사는 우리는

같은 영혼을 가진 존재들을

가둬놔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일까.

모든 새장을 열어젖히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지만

자꾸만 느껴지는 새들의 시선과

새장을 오래 마주 보며 한가로이

시원한 과일즙을 홀짝거릴 자신이 없어

비겁하고 초라한 자유로운 다리로

금세 자리를 피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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