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비, 첫 맥주
간절히 바랬다.
며칠만이라도 비 님이 내려달라고.
탈린 이사 6일 만에 뜨겁지 않은 아침이 시작되더니 회색과 짙푸름이 뒤섞여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더니
드디어 첫 비가 보슬보슬 내린다.
이제서야 처음 겪는 몸의 이상 증상이 거의 정상화 되어가고 있는데
비까지 내리니 마음이 평화롭고, 또 설렌다.
두둥.
오늘은 왠지 집에서 비를 보고, 밀린 NBA도 보고, 드디어 맥주를 먹는 거다! 토미!!
아직 어수선하고, 몸도 마음도 뒤숭숭했던 우리.
아침 과일을 와그작 먹고
잽싸게 근처 RIMI로 가서 맥주와 식량을 챙겨와 종일 뒹굴 거리기 위해 샤워도 깨끗하게 하고
창밖에 서서 자리를 잡는다.
뽕!
짠!
캬!!!!
얼굴 마주 보고
헤~~
에스토니아 맥주 맛이 정말 궁금해서 안달이 났었고, 물가도 비싼데 맥주까지 맛없으면 어쩌나 근심이 깊었는데
다행히 한국 맥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가격과 맛이라 행복하다.
아프고 불안하고 불편했던 2주간의 시간이 언제였냐는 듯 다시 일상의 평온을 되찾은 듯한 미소가 번진다.
영화도 보고 싶고, 농구도 보고 싶다.
좁은 원룸 속 창가 BAR에서 테이블 BAR로 옮겨 농구를 보며 2차를 시작한다.
이번에는 우승 자리가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러면서도 창밖이 계속 궁금해 창가에도 계속 서성인다.
마당의 나무, 풀, 꽃, 흙, 낡은 창고, 날아든 갈매기, 까마귀, 그리고 냥돌이
모두 색이 더 선명하게 잘 보인다.
오늘은 나와 나란히 있는 행복이 선명하게 잘 보인다.
잘 느껴진다.
또다시 쨍해지는 하늘과 어두워지는 하늘의 잦은 교대 근무.
어둠이 좋다.
우중충함이 좋다.
비가 좋다.
백야라도 한두 시간이라도 잠시 찾아오는 한낮의 밤이 좋다.
그리고 여기 온전히 존재함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