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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연 Oct 24. 2019

(아직은) 초록별 일지

(Estonia-Tallinn) 우리동네 올드타운






2019.06.09   -업로드 순서가 바뀌어버렸다!-


1시간 정도의 거리는 동네라 치는 우리에게

집에서 도보로 30분 거리의 올드타운은 시장 가는 길에 지나가는 우리 동네다.

오늘은 식량을 구하러 다니는 길에 처음으로 조금 더 오래 봐볼까 싶다.

쌩쌩 반딱한 도로에 대형몰을 지나 횡단보도만 하나 건너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중세의 거리.

우리가 그런 시간대에만 다니는 건지

탈린의 올드타운은 엄청난 관광지임에도 불구하고 꽤 한산하다.

물론 단체 관광객과 담배 연기의 무리가 관광지임을 알 수 있지만 미어터지는 곳이 아니다.

내가 아직 모든 곳을 돌아보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참으로 동네 산책처럼 한가로이 걷기 좋은 유명지임이 틀림없다.

좋아하는 낡음과 삭음과 부서짐과 바램.

여기에 비가 내리면 더 좋겠지만

쨍함은 그 오래됨을 더 부각시키는 것 같아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운치 있다.

며칠만 머물렀다면 첫날부터 발이 부르트도록 걷고 또 걸으며 속성 과정으로 눈에 담기 바빴을,

현대의 우리에게 독특한 장소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탈린의 시내도 오래된 건물이 많고, 

그걸 유지하며 삶이 여전히 깃든  모습을 첫날부터 보아와서 그런지 이질적이지 않고, 

시내와 올드타운이 아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느낌이다.

또 다큐에서 수도 없이 봐 온 것이라 그런지 아주 친숙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다큐는 적당히 봐야 한다.

오래됨 컨셉의 식당이나 정말 오래된 곳에서 생맥주를 벌컥 비우고 싶지만

가게 앞 메뉴판을 보니 가격에 입이 떡 벌어진다.

다들 아무렇지 않게 음식과 음료를 시켜 먹고 있지만

우리에겐 한방에 훅 갈 수 있는 금액이다.

췟.

안 먹어도 된다.

충분히 살아보고, 둘러보고 정말 저기서, 

저기를 바라보며!라는 곳을 찍어두었다가 

마지막 만찬을 하고 싶다.

돈이 없어도 이 모든 풍경은 모든 이에게 공짜다.

재미있는 상점의 모습, 과거의 모습을 상상하게 하는 폐허 같은 건물의 모습, 오래된 벽돌의 색깔

주황색과 파란색이 어우러진 높지 않은 전망대......

신나게 걷다 보니 배가 고픈데  집에 가서 해 먹기에는 이미 꼬르륵.

식당에서 먹기엔 부담스러워 어쩌지 싶은데 가까운 곳에 RIMI를 찾아 들어가

즉석요리된 감자와 샐러드를 사서 큰 나무 그늘이 있는 공원에 앉아

꽃가루와 바람을 곁들여 끼니를 해결한다.

이걸로 족하지 않은가?

물론 먹깨비, 식탐 대마왕에겐 턱없이 부족하고 아쉬움은 속일 수 없지만.

쩝.

오늘의 만남은 이 정도로 해두고, 다음 번 새로운 중세 골목 산책을 아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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