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상
7월 중순,
기말고사가 끝나고 성적표가 배부되던 날.
교실 안 공기는 불안하고 조심스러웠다.
창밖은 여느 때처럼 덥고,
교실은 유난히 조용했다.
누군가는 기대를 품고,
누군가는 걱정을 안은 채
아이들은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선생님이 이름을 부르고,
성적표를 하나씩 나눠주실 때마다
내 가슴은 콩닥콩닥 뛰었다.
드디어 내 이름이 불렸고,
나는 손으로 조심스럽게 성적표를 받았다.
숨을 길게 들이쉬고, 조용히 펼쳤다.
"반 14등, 전교 69등. 평균 84점."
'아~'
처음엔 놀랍지도 않았고, 기쁘지도 않았다.
그저 아쉽기만 했다.
내가 목표로 했던 건 ‘진보상’이었다.
반 성적 20등 안에서 전교 성적이 5등 이상 오르면
주어지는 상.
중간고사보다 무려 전교 4등이나 올랐지만,
단 1등이 부족했다.
그 딱 1등 차이로,
나는 아침 방송에서 내 이름이 불릴 기회를 놓쳤다.
교실 책상에 앉아
오래도록 성적표만 바라봤다.
숫자 하나가 사람을 이렇게까지 명확히 나눌 수 있다는 게 슬펐다.
속상한 일은 또 있었다.
같은 반 내 마음속 라이벌 아이의 이름은
또렷하게 아침 방송에서 울려 퍼졌다.
친구들의 박수 소리,
선생님의 칭찬 말씀,
이 모든 것들이 너무나 부러웠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교복 소매를 만지작거리며
교실 안에서 창밖만을 바라봤다.
따가운 햇살은 그날따라
교실 안을 더 콕콕 내리쬐었다.
‘딱 1등만 더 올랐어도~’
그렇게 바란 10등 안에 드는 것보다도,
교내 방송에서 이름 한 줄 불리는 게
그날따라 그렇게 간절했다.
그날 밤,
나는 일기장에 이렇게 썼다.
“다음엔 내가 진보상 꼭꼭꼭 받는다."
정말로 굳은 다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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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몰랐지만
이제는 안다.
진짜 목표는 상이 아니었다.
그 상을 간절히 원했던,
그 마음이야말로
내가 진짜로 얻은 것이었다.
상은 결과이지만,
간절한 마음은 과정을 걷게 하는 힘이 된다.
비록 상은 놓쳤지만,
그 상을 향해 정직하게 걸어간 사람은
이미 다음 걸음을 준비하고 있다.
그때는
내가 왜 그렇게 쉽게 흔들리는지,
왜 마음처럼 안 되는 건지,
스스로에게 실망만 했었다.
하지만 흔들리는 것도,
마음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노력의 일부였다는 걸.
결심이 무너지지 않게,
스스로를 다시 일으키려던 그 작은 몸짓 하나하나가
결국은
내가 진짜 나를 믿기 시작한 첫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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