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공부보다 어려웠던 것은 나 자신이었다.

공부보다 나 자신이 어려웠던 날들

by 황지연

나는 매일 밤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연필은 손에 쥐고 있었지만,

그 어떤 글씨도 쓰지 못하고 있었다.


교과서는 펼쳐져 있었지만,

시선은 단 한 줄에도 머물지 못한 채

자꾸만 창밖으로만 흘러갔다.


나는 공부를 하고 싶었다.

정말로.

진심으로.

열심히 잘하고 싶었다.


그런데

마음과는 다르게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책상 앞에 있는 시간은 길어졌지만,

노트 위에 남는 건

공부의 흔적이 아니라,

그저 ‘앉아 있었다’는 형식뿐이었다.


머릿속은 늘 다른 생각들로 가득 찼다.


“은이는 반에서 5등 했다는데,

왜 나는 10등 안에도 못 들까?”


그 생각들은

곧장 자기 비난으로 이어졌다.


“나는 왜 이렇게 뚱뚱할까?”

“왜 이렇게 못생겼을까?”

“왜 나는 잘하는 게 없을까?”


공부는 커녕,

거울 앞에서도

자꾸만 나한테 화가 났다.


렇게

스스로를 계속 깎아내리다 보면

어느새 눈물이 고여 있었다.

밤늦게 불을 끄고 누운 채 천장을 바라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태어났을까. 그냥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말로 꺼낼 수 없는 위험한 생각이

불쑥불쑥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포기하지 못했다.


마음 깊은 곳, 아주 조용히 울리는

작은 목소리 하나 때문이었다.


‘그래도, 나는 교사가 되고 싶잖아.’


그 한 문장이 나를 붙잡아줬다.


칠판 앞에 서서 아이들의 눈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설명하는 장면이 떠오르곤 했다.


내가 배운 걸 누군가에게 알려주는 모습.

아이들의 질문에 정성껏 대답하는 나.

그 모습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영어 단어 하나라도 더 외우고 싶었고,

수학 문제 하나라도 더 풀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의 나는

TV를 틀고 있었고,

만화책을 뒤적이고 있었고,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반복하면서

공부에서 자꾸 도망치고 있었다.


책상 앞에 앉기 전,

나는 자주 나에게 물었다.


‘이렇게 공부 못하면, 나는 뭘 할 수 있을까?’


불안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인문계 고등학교 입학, 대학 입학, 취업,

내가 이것을 다 할 수 있을까?

모든 게 막막하게 느껴졌다.


공부를 해야지, 마음을 다잡아도

다시 돌아보면 나는 또 자책하고 있었다.


어느 날, 책상 서랍 깊숙한 곳에서

오래된 수첩 하나를 꺼냈다.


거기엔 예전에 책에서 보았던

내가 좋아했던 문장들이 적혀 있었다.


“진심을 다하는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다.”

“자기 자신을 아는 사람이 되자.”

“나를 알고, 나답게 행동하자.”


그 문장들을 읽으며 생각했다.

내가 지금 나를 미워하고 있지만,

아직 나는 나 자신을 다 알지 못한다고.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나는 어떤 내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잘 웃는 사람이었고,

친구 이야기 듣는 걸 좋아했고,

혼자 상상하며

나만의 세계를 그리는 걸 좋아했다.


누군가에게 손 편지를 쓰는 것도 좋아했던 사람.

그게 바로 나였다.


그런 나를

조금은 아껴보기로 했다.

성적도, 외모도, 자존감도

부족하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공부하고 싶은 마음’ 하나만은 진심이었다.

그건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다짐했다.

느리더라도, 멈추지 말자.

내가 나를 믿는 걸

포기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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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알겠다.

공부를 못하는 게 아니라,

마음을 추스르기 어려웠던 시기였다는 걸.


성적보다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으려는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을 붙잡아준 ‘단 하나의 꿈’이었다.


그때의 내가 비록 느리고, 자주 흔들렸지만

단 한 번도 멈춘 적은 없다는 것.


그건 지금도,

내가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힘이 되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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