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팔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던 어느 날

한 통의 편지, 펜팔

by 황지연

6월 모의고사가 끝났다.


앞으로 기말고사가 또 있지만,

‘끝났다’는 그 사실 하나로 마음이 홀가분하다.


그런데, 한 장의 편지를 받았다.

여자 친구가 아니라, 남학생한테서.


보낸 사람의 이름이 낯설었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었다.


봉투를 열자, 또박또박 눌러쓴 손글씨가 펼쳐졌다.


“안녕하세요. 저는 부산에 사는 중학교 1학년 남학생입니다.”


편지를 읽는 내내 손끝이 조금 떨렸다.

‘이게 뭐지? 누가 장난이라도 친 걸까? 아니면 진짜?’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순정 만화 잡지 뒷면에 펜팔을 신청한 이름을 보고 편지를 보냅니다.”


'아, 맞다!'


한 달 전, 잡지 맨 뒷장에 있던

‘펜팔을 원해요~’ 코너에 내 주소와 이름을 보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게 실제로 누군가에게 닿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진짜 편지가 도착한 것이다.

나와 펜팔을 하고 싶다고 그랬다.


무척 놀랐지만,

동시에 기분이 엄청 좋았다.


편지 내용은 예의 바르고, 솔직했다.

남학생은 취미가 독서라고 했다.

나랑 똑같았다.


나는 기쁘고, 신기해서

편지를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계속 읽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만약 예쁘고, 날씬했다면 펜팔을 할 텐데~’


그날 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답장을 썼다.


“안녕하세요. 편지 잘 받았습니다.

진짜 편지가 올 거라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저는 얼굴이 못생겼고, 뚱뚱합니다.

펜팔은 정중하게 사양하겠습니다.

이렇게 편지를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오늘 하루 종일 기뻤습니다.”


다음날 아침, 학교 가는 길에

빨간색 우체통에 편지를 넣었다.


그 순간,

마음 한편이 뿌듯해졌다.


누군가에게 선택받았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나에겐 큰 위로가 되었다.


남학생은 나의 외모도, 성적도, 환경도 몰랐지만

단 하나,

‘나와 친구가 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나에게 편지를 보내주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나는 조금은 괜찮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도 가끔 생각한다.

남학생은 그 후로 어떻게 지냈을까.

다른 펜팔 친구를 만났을까.

혹시 내 편지를 읽고 실망하진 않았을까.


문득 떠오르는 그런 물음들 속에서도

나는 그 남학생에게서 받은

그 첫 편지를 여전히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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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선택받는 경험은

때로는 그 사람의 마음을 조용히 위로하고,

자존감을 일으켜 세운다.


진심을 담은 한 문장이

누군가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는 따뜻한 빛이 된다.


#중학생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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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감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