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푼 문제보다, 못 풀린 마음이 더 힘들었다.

수학문제

by 황지연

수학점수 ‘양‘ 을 받은 그날 이후,

나는 매주 세 번, 수학 학원에 갔다.


학교 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가방을 메고,

다시 수학 학원 버스를 타고 학원으로 향했다.


학원 교실 안은 적막했고,

아이들은 조용히 진도를 따라가고 있었다.


칠판 가득 줄 맞춰 적힌 숫자와 기호들.

나만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수업이 거의 끝나갈 무렵,

미경이가 손을 들었다.


“선생님, 이 문제 풀어요”


내가 도무지 풀 수 없었던 문제였다.

나는 고개를 숙인 채,

결국 손도 대지 못했다.


다음 날, 쉬는 시간.

등 뒤에서 미경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애들은 다 풀었는데, 걔만 못 풀더라. 그 쉬운 걸.”


그 말에 누군가가 맞장구쳤다.


“진짜? 어떡해~”


그리고 이내,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교실을 가득 채웠다.


그 순간, 나는

교실 한가운데, 벌거벗은 채 서 있는 기분이었다.


눈물이 고였지만, 꾹 참았다.


‘교실에서는 절대 울지 말자.’


스스로 다짐했었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진심으로 분노했다.


미경이에게 실망했고,

상처받았고,

배신당한 기분이었다.


약속 시간에 늦은 것도,

수학 문제를 못 푼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이 조롱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날 밤,

나는 일기장에 단 한 줄을 써 내려갔다.


“내가 잘되면, 그 애들이 나를 부러워할 거야.

수학공부 열심히 해서, 진짜 나를 보여주자. "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공부로 이어진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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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몰랐다.

어린 마음에 새겨진 상처 하나가

나를 얼마나 단단하게 만들었는지를.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주저앉았던 날,

결국 나를 다시 일으킨 것은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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