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띵‘이라는 별명
”안녕, 띵!”
등굣길에서 은이는 여느 때처럼 내게 그렇게 인사를 건넸다.
‘띵’이라는 말은 처음엔 귀엽게 들렸다.
하지만 언젠가 그 안에 담긴 진짜 의미가 "뚱띵"이라는 걸 알게 된 순간,
그 별명이 달갑지 않았다.
‘뚱뚱해서 띵이구나...’
나는 웃는 척하며
“띵이라고 하지 마~”
라고 말했지만,
은이는 더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근데 너랑 어울려. 귀엽잖아~”
귀엽다고?
그 말은 진심이었을까,
아니면 아무 생각 없이 던진 익숙한 농담이었을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화가 많이 나지는 않았다.
나와 미경이가 마음의 문을 닫은 뒤에
은이는 유일하게 나에게 말을 걸어준 고마운 아이였다.
하루의 시작을 다시 함께하는 소중한 친구.
은이는 바로 옆 동에 살았고,
아파트에서 학교까지 가는 길목에서 자주 마주쳤다.
그럴 때마다 나는 늘 먼저 손들어 인사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은이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너 방 불, 밤 12시 넘어서도 켜져 있던데. 공부했어?”
그 순간,
나는 알 수 없는 이상한 기분에 휩싸였다.
내 방 창문이 보인다는 사실을 몰랐기에,
그 말은 왠지 모르게 감시받는 기분이었다.
“아~그냥 라디오 들었는데~”
나는 얼버무렸다.
그날 이후,
나는 밤늦게까지 불을 켜두지 않았다.
누군가의 시선이 닿는다는 걸 알게 된 순간부터,
괜히 창문 커튼도 닫고, 전등도 일찍 껐다.
은이는 아무렇지 않게 툭 던진 말이었을 텐데,
나는 이상하게 계속 마음이 쓰였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그녀와 함께 등굣길을 걸었고,
쉬는 시간에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미경이와 멀어진 뒤,
수학 점수에 자괴감이 들고,
뚱뚱한 내가 싫어질 때마다
은이와의 짧은 대화는
내 마음의 숨 쉴 구멍이 되어주었다.
은이는 키가 작고,
앞머리를 가지런히 내렸고,
나처럼 검정 뿔테 안경을 썼다.
조용하고 튀지는 않지만,
묘하게 따뜻한 아이.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은이가 부른 ‘띵’이라는 말은
어딘가 내 자존심을 건드렸다.
처음엔 그냥 장난 같았는데,
점점 그 말이 싫어졌다.
‘네가 귀엽다고 생각해서 부른 거야’
은이가 웃으며 말했을 때도,
나는 겉으론 따라 웃었지만,
속은 쓰라렸다.
그날 이후로,
나는 체중계 앞에 자주 섰고,
먹는 양을 줄여보고,
TV 대신 줄넘기를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살은 결코 쉽게 빠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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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나는 점점 뚱뚱해지는 내 몸을 미워하기 시작했다.
친구가 툭 던진 장난 같은 별명 한마디에,
마음은 쉽게 무너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그 시절을 한 발짝 멀리서 바라보면
문득, 은이라는 친구가 떠오른다.
그녀는 내 곁에 있어줬고,
내 이야기를 들어줬고,
“너희 집 불 켜져 있더라”는 말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
그녀는 관심을 표현할 줄 아는,
조용하고 다정한 친구였다.
요즘도 가끔 생각한다.
‘그 별명 속에 담긴 건,
나를 놀리는 마음이었을까,
아니면 서툰 애정의 표현이었을까.’
아직도 정답은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은이는 내 마음의 쓸쓸한 틈에
작은 온기를 채워준 사람이었다는 것.
세월이 흘러 돌아보니,
말보다 더 중요한 건
힘들 때 내 곁에 끝까지 있어준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걸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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