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패자였지만 승자가 되고 싶다.

승자와 패자

by 황지연

여름방학 3일째 밤.

지금 나는 ‘오늘 밤엔’이라는 신애라 DJ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고 있다.


중학교 1학년 1학기가 쏜살같이 지나갔다.

방학 동안 엄마와 아침에 걷기 운동도 하고,

되도록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난 학교 가는 것이 더 좋다.

시끄럽고 북적거리던 교실,

가끔은 어려웠던 수업 시간까지도

이상하게 생각난다.


친구들과 선생님도 벌써 보고 싶다.


어쩌면 내가 좋아하는 건 공부보다도,

그 공간 안에서 함께 웃고 떠들던

그 시간 자체였던 것 같다.


밤은 조용한데, 마음은

학교 복도처럼 쿵쾅거린다.


낮에 반가운 이름의 편지가 도착했다.

보낸 이는 전학 간 단짝 친구였다.


우리는 같은 동네에서 자랐고,

국민학교와 목욕탕까지 함께 다녔다.

그 아이는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멀리 이사를 가며 자연스레 연락이 끊겼었다.


나는 약간의 두근거림과 함께

편지를 읽었다.


편지는 가벼운 인사로 시작됐다.

“안녕~잘 지내? 중학교는 어때?”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편지의 중간쯤,

내 눈을 멈추게 한 문장이 있었다.


“우리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

승자는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놀고, 열심히 쉰다.

패자는 허겁지겁 공부하고, 빈둥빈둥 놀고, 흐지부지 쉰다.”


그 문장은 마치

편지의 한가운데에 새겨진 밑줄처럼

나의 마음을 그어놓았다.


나는 어느 쪽일까?


솔직히 말하면

요즘 나는 ‘허겁지겁 공부를 했고,

빈둥빈둥 놀았고,

흐지부지 쉬고' 있었다.


내심 찔렸다.

편지를 내려놓고,

나는 스스로를 오래도록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그 문장을 다시 공책에 옮겨 적었다.

그 아래에는

조심스레 이렇게 써넣었다.


“지금 나는 패자.”


쓰고 나니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그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책상 옆 메모지에 이렇게 적었다.


“나는 승자가 되고 싶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집중할 거야.”

그건 다짐이라기보다,

바람에 가까운 한 줄이었다.

그 한 줄이 나를 다시 일으켰다.


그 후로,

나는 그 문장을 작은 쪽지에 적어

책상 앞에 붙여 두었다.


공부가 하기 싫을 때마다

그 쪽지를 바라보았다.


‘허겁지겁’ 대신 차분히,

‘빈둥빈둥’ 대신 재미있게,

‘흐지부지’ 대신 온전히.


나는 완벽하진 않았지만,

조금씩이라도

‘내 하루의 자세’를 바꿔보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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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는 친구의 편지 속 한 문장을 읽고,

패자라는 단어에 깊이 찔렸지만

그날 밤

나는 승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진짜 패자는 성적이 낮은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려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는 걸

이제는 알게 됐다.


승자와 패자를 나누는 건 성적표가 아니라,

자기 하루를 대하는 태도다.

어제보다 조금 더 성실히,

오늘 조금 더 열심히 살아가려는 그 마음이

진짜 승자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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