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상담
1학년 2학기 담임 선생님과의 일대일 상담 시간.
나는 교무실 책상 앞에서 두 손을 무릎 위에 가지런히 올리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괜스레 긴장되었다.
선생님은 미소를 지으시며, 내게 다정하게 말씀하셨다.
“자, 우리 연이 차례구나?”
‘우리’라는 말 안에 숨은 따뜻함이
순간 나의 긴장을 조금 누그러뜨렸다.
선생님은 내 성적표를 살펴보시고,
말씀하셨다.
“국어랑 영어는 높은 점수가 나왔고,
수학과 과학은 평균 정도구나."
그 말씀을 듣는 순간,
처음으로 나도 잘하는 과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 선생님이 몸을 조금 숙이며 조심스럽게 덧붙이셨다.
“공부가 안 될 때는 그게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마음이 어지러워서 그래.
마음이 정리되면 손이 움직이고,
손이 움직이면 성적도 따라와.”
선생님 말씀은 낯설었지만 이상하게도 오래 남았다.
"선생님도 친구들과 놀러 다니고 싶었지만 참았어.
그래서 선생님이 될 수 있었단다."
그날 이후, 나는 ‘성적을 잘 받고 싶다’보다
‘참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더 자주 했다.
단순히 공부를 잘하는 방법보다는
공부를 잘하게 되는 ‘사람이 되는 법’을 배워가는 느낌이었다.
나는 집에 돌아와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나는 공부를 못하는 아이가 아니다.
나는 마음이 복잡해서 못 하던 거였다.
이제부터는 손을 움직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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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재능보다 마음에서 시작된다.
그날 선생님의 조용한 한마디는 단지 ‘격려’가 아니라,
어린 나에게 ‘내 안에도 힘이 있다’는 믿음을 심어준 시작이었다.
한 사람의 조용한 믿음이,
아이의 자존감과 삶 전체를 바꾸기도 한다.
‘할 수 있다’는 말보다 먼저 필요한 건
그 아이의 손을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따뜻한 말 한마디였다.
지금 나는 수많은 선택 앞에서도 흔들리지만,
‘마음이 움직이면 손이 움직이고,
손이 움직이면 삶도 바뀐다’는
그 한 문장은 여전히 내 삶의 방향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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