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대회
지혜야,
'으으~윽'
이게 무슨 소리냐고?
이것은 130번 버스의 좁은 버스 속에서 찡겨 터지려는 나의 신음 소리야.
오늘은 여름의 한가운데, 사람들로 가득한 버스를 타고 장릉에 다녀왔어.
숨이 막힐 정도로 붐볐지만, 그 안에서도 나는 이상하게 설레었어.
햇볕은 뜨거웠지만, 도착과 동시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단다.
시끄러운 도시에서 벗어나자, 바람은 시원했고, 나무 사이로 매미 소리가 은은하게 번졌어.
사람의 발길이 덜 닿아서 오히려 더 빛나는 장소 같았어.
장릉은 왕과 왕비의 무덤이야.
사실 무덤이라고 하면 조금 무겁게만 느껴지는데, 이곳은 달랐어.
사람들이 별로 오지 않아 조용했고,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마치 숲 속에 들어온 듯 평안했어.
우린 네 명은 사람들이 없는 조용한 곳을 찾아서 돗자리를 펼치고 앉았어.
서로 웃고 떠들다가도 한순간엔 각자 생각에 잠기며 글을 쓰기도 했지.
멋있지~!
나는 '여름'에 대해 썼어.
여름의 푸르름과 싱그러움을 기록했어.
잎사귀 위에 맺힌 이슬처럼 반짝이고, 또 쉽게 사라지기도 하는 여름의 아쉬운 순간들을 담아내고 싶었어.
그리고 그 속에서 느껴지는 자유로움까지 말이야.
덥고 지치게 하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게 만드는 여름이라는 계절을 찬양했지.
친구들은 '가족', '이사', '책'이라는 주제로 다양하게 글을 썼어.
각자의 마음이 종이에 담겨 서로 다른 색깔을 내는 모습이 참 신기했어.
나는 다시 한번 여름이 참 좋다고 느꼈어.
푸르른 나무와 매미 소리, 햇볕 아래 반짝이는 공기 속에서 내가 살아 있음을, 그리고 그 안에서 숨 쉬고 있음을 선명하게 느꼈거든.
그러던 중 선생님과 반 아이들이 우리를 찾는 소리가 들렸어.
우리가 그곳에 너무 오래 있었나 봐.
아무튼,
나는 앞으로도 여름이 오면 이 날을 기억할 거야.
친구들과 함께한 조용한 무덤길, 종이에 담아낸 우리의 마음들, 그리고 자연 속에서 한동안 머물렀던 그 기분.
참 안정적이고, 따뜻했고, 또다시 떠올리면 웃음을 머금게 될 순간들이야.
자연의 품에 잠시 안겨 있었다가 다시 세상으로 걸어 나온 기분이었거든.
그 덕분에 복잡했던 마음이 고요히 가라앉았고, 글을 쓴다는 게 내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이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어.
오늘 하루는 참 특별한 날이었어.
이렇게 너에게 적으며 마음속 여름을 다시 꺼내어 본다.
그럼 안녕.
내일 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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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나는 단순히 사생대회를 기록했다고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면 그건 단순한 여름의 기록이 아니었다.
삶의 소란 속에서 스스로를 다독이고, 마음을 회복하는 법을 배우던 순간이었다.
자연은 언제나 우리를 가르친다.
넘치는 햇살 속에서도 그늘이 필요하다는 것을,
뜨거움 속에서도 바람이 불어야 숨을 쉴 수 있다는 것을.
30년이 지난 지금, 나는 안다.
삶은 여름처럼 무겁고도 벅차지만,
그 안에서 마음을 치유할 순간을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는 것을.
자연을 가까이하고,
나만의 아지트를 찾아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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