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과 마음, 삐뚤빼뚤 이어지다

바느질

by 황지연

지혜야,


요즘 나는 가정 실습 시간에 스커트를 만들고 있어.

처음엔 바늘에 실도 잘 꿰지 못하고,

바느질은 삐뚤빼뚤 엉망이었지.

손끝이 야무지지 못해서 괜히 나 스스로를 원망했어.


그런데 이상하지?

시간이 흐르면서 제법 모양이 잡히더라.

아직 완성은 아니지만, 옷의 형태가 드러나니까 마음이 괜히 뿌듯해졌어.


친구들과 천을 사러 가고, 어려운 바느질도 도와준 순간들까지 떠올라서,

그 스커트 만들기는 내게 단순한 과제를 넘어선 소중한 추억이 되었어.


작은 바느질 하나하나가 쌓여 옷이 되 것이 참 신기해.


내일 이른 아침에 삼촌이 일본으로 실습하러 가신대.

우리 집에 오신 지 겨우 며칠밖에 안 됐는데,

벌써 짐을 싸서 비행기를 타러 가신다고 하니 마음이 허전해졌어.


삼촌이 일본으로 가신다고 하니

나도 자연스레 언젠가 외국으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낯선 하늘, 다른 풍경, 새로운 사람들, 그런 곳에 내가 서 있는 모습을 상상하면 가슴이 두근거려.


하지만 현실의 나는 또 다른 무게 속에 있어.

어느 순간부터 머리가 텅 빈 것 같고,

숙제를 하려고 해도 손이 잘 움직이지 않아.

예습이나 복습은 아예 생각조차 못하고,

졸리기만 하단다.


더구나 미니 카세트의 건전지가 다 떨어져 버려서

오늘 밤에는 노래와 라디오조차 들을 수가 없었어.

낮잠을 자도 피곤이 풀리지 않고,

밤이 될수록 마음은 오히려 더 무거워져.


설상가상 ‘오늘 같은 밤엔’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보냈던 엽서가 다시 되돌아온 거 있지.

받는 사람 주소와 보낸 사람 주소바꿔 썼더라고.

이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실수처럼

나도 제자리만 맴도는 건 아닐까.


그럼 안녕.

내일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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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른 뒤 돌이켜보니 알게 되었다.

그때는 사소한 성취를 무심히 흘려보내고,

흔들림과 무력감이 나를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바로 그 작은 성취와 흔들리던 시간들이 내 삶을 단단하게 성장하는 과정이었다.


삐뚤빼뚤한 바느질도 결국 옷이 되듯,

불안한 하루도 결국 삶을 이룬다.

완벽하지 않은 오늘의 기록들이 쌓여,

미래의 나를 지탱하는 가장 든든한 디딤돌이 된다.


“삐뚤빼뚤한 오늘과 실수도, 결국 단단한 내일과 예술을 만든다.”


#중학생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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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감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