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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진 Aug 28. 2020

비너 훈데슐레를 아시나요?

강아지 학교에서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성장해가고 있는  자두

우리 집 말티즈 자두가 강아지 학교를 다닌 지 한 달이 지났다. 나와 주니가 자두를 위해 선택한 곳은 <비너 훈데슐레(Wiener Hundeschule)>라는 개 전문 교육시설이다. 정확하게 자두가 등록한 코스는 퍼피 클래스인데 주 3회, 회당 1시간 진행된다. 참고로 비너 훈데슐레에는 퍼피 클래스부터 고급 어질리티 과정까지 다양한 코스가 개설되어 있다. 


훈데슐레에 처음으로 등교한 날, 자두는 통제가 힘들 정도로 수업에 집중하지 못했다. 주니와 나 역시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주위 강아지들을 보고 짖어대고 달려들려는 자두를 말리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30분 수업을 겨우 마친 후 30분 자유놀이 시간에 활발하게 뛰어다니는 자두의 모습을 보고 그제야 겨우 안도의 한숨을 쉬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로부터 한 달 여가 흘렀다. 그 사이에 자두는 6번 더 수업에 참여했다. 이제는 훈데슐레에서 어떻게 수업이 진행되는지, 무엇을 준비하고 훈련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우리 자두가 놀랄 만큼 잘 적응하고 발전하고 있었다. 지금부터 들려드릴 이야기는 비너 훈데슐레의 모범생으로 거듭 태어난 자두의 감동적인(?) 성장기다.



   

비너 훈데슐레가 개설한 퍼피 클래스는 화요일 오후와 수요일, 일요일 오전 이렇게 주 3회 진행된다. 나와 주니는 화요일과 일요일은 반드시 참석하고 수요일은 자두 컨디션에 따라 참석 여부를 결정했다. 등교하는 강아지 학생은 아무래도 일요일이 제일 많았고, 평일에도 최소 10마리 이상이 수업에 참석했다.


수업은 정해진 시각에 야외 잔디운동장에 둥글게 모여서 훈련사의 지시에 따라 진행된다. 먼저 강아지가 보호자의 눈을 함께 응시하게 하고 일어서, 앉아, 엎드려 지시에 맞춰 움직이도록 훈련시킨다. 물론 각 단계마다 강아지가 잘 수행하면 사료나 간식으로 즉각 보상을 해준다.


처음에 자두는 주위를 둘러보며 낑낑거려서 전혀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몇 번 시행착오를 거친 후에는 줄을 잡은 상태에서 서로 눈을 바라보며 앉아를 시키고 먹이를 주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것을 계속 반복 연습하다 보니 이제는 줄을 놓고 멀찍이 떨어져서 360도 주위를 돈 후 먹이를 줘도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는 경이로운 수준으로 발전했다.

  

다른 강아지들은 얌전히 있는데 자두만 흥분한 모습. 주니가 자두 몸을 꼭 잡고 있다.


반복된 교육과 훈련 덕분에, 이제 자두는 주니의 눈을 바라보고 가만히 앉아 있게 되었다.


줄을 바닥에 놓고 주위를 빙 돌아도 가만히 앉아 있을 정도로 발전한 자두

 

중요한 사실은 이렇게 자두가 성장하고 발전할 때까지 강압적으로 지시하거나 혼을 낸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이다. 조금 시간이 걸리고 때로는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하더라도, 지속적인 칭찬과 보상 그리고 반복된 훈련 속에서 강아지는 점차 변화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차수가 진행되면서 비너 훈데슐레에서는 보다 다양한 훈련시설들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천으로 만든 둥근 터널을 설치하고 강아지들이 그 안을 통과하는 놀이를 진행했다. 그리고 다음번에는 일종의 어드벤처 모험과 같은 체험기구를 3군데에 만들어 놓고 강아지들이 종류별로 도전해볼 수 있게 해 주었다.


앉아-일어서-엎드려 훈련에서는 다소 진도가 더뎠던 자두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초보 어질리티 놀이에서는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었다. 다른 강아지들이 주춤거리며 뒷걸음질을 치거나 건너뛰려 할 때, 우리 자두는 눈 깜짝할 사이에 장애물을 통과하고 타이어를 뛰어넘고 구름다리를 건너 올랐다.


천으로 만든 터널을 통과하는 놀이를 하는 강아지들


각종 장애물을 통과하는 놀이를 하는 강아지들

   



비너 훈데슐레에서는 30분 훈련이 마무리될 즈음에 훈련사와 보호자가 Q&A 방식으로 대화를 하곤 했다. 사실 나와 주니는 한국에 있을 때부터 강형욱이나 설채현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과 인터넷 자료들을 통해 다양한 지식을 습득했다. 하지만 비엔나 강아지 학교에서 알려주는 정보들도 나름 새롭고 유익했다.


보호자들이 묻는 대부분의 질문은 강아지 산책과 관련되었다. 산책할 때 흥분해서 주인의 신발이나 바지를 물고 늘어지는 경우가 있다. 자두도 가끔 그러는데, 이럴 경우에는 가만히 멈춰서 있거나 가볍게 다리로 미는 것이 좋다고 한다. 등을 돌려서 거부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중요한 것은 어린 시절에 나쁜 버릇은 확실히 고쳐야 한다는 점이다.


이곳 사람들은 개를 소중하게 키우지만 엄격해야 할 때는 확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혼자 산책하다가 대형 셰퍼드와 걷고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데 개의 발이 주인 발보다 앞서 나가면 멈춰 서서 줄을 강하게 당기며 주의를 주었다. 본능적으로 서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에게 주인에 대한 확실한 충성심을 심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산책을 얼마나 시키는 게 좋은지, 산책하다가 갑자기 주저앉거나 가만히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실수로 손을 세게 무는 경우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집에서 지나치게 흥분하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등등 강아지 학생 보호자들의 질문은 끝도 없이 이어졌고 훈련사는 친절하게 답변을 했다.  


질의응답 시간에 각자의 궁금하거나 힘든 상황을 이야기하면 훈련사가 적절한 답변을 한다


비너 훈데슐레의 퍼피 클래스에서 충분히 훈련을 받은 후에는 상급반으로 진학을 한다. 어질리티 코스로 이동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와 함께 훈련받던 강아지와 보호자가 어느 날 상급반에서 교육받고 있는 것을 보게 되면 묘한 경쟁심과 승부욕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자두가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발전하는 것만으로도 대견할 따름이다. 훈육과 교정이 아닌, 교감과 동행 속에서 우리도 자두도 함께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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