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데슐레 상급반으로 진학한 자두의 강도 높은 훈련 모습
비엔나 카그란에 있는 우리 집에서 남서쪽으로 20분 정도 차를 타고 가면 비너 훈데슐레(Wiener Hundeschule)라는 개 전문 훈련시설에 도착한다. 바로 이곳이 자두가 태어나서 처음 입학한 개 학교다. 8월 2일 퍼피 클래스에 등록하여 역사적인(?) 첫 수업에 참가했고, 이후 8주 동안 열심히 훈련을 받았다.
퍼피 클래스는 말 그대로 태어난 지 6개월 미만의 어린 강아지들이 주 교육대상이다. 자두는 생후 3개월이 조금 지난 나이에 훈련에 참가했고, 동급생 강아지들도 자두와 기껏해야 몇 개월 차이 나는 또래들이었다. 사람이 다니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과 마찬가지로, 훈데슐레 퍼피 클래스에는 시끄럽게 짖고 생떼를 부리거나 주위가 산만한 강아지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교육이 계속 진행될수록 주인과 눈을 맞추며 교감을 하고, '일어서', '앉아', '엎드려' 같은 기본적인 명령을 따르는 강아지들의 모습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제 눈에 안경이라고, 그 많은 강아지 교육생 중에서 우리 자두의 발전 속도가 가장 빨라 보였다. '아무래도 자두가 천재견이 아닐까' 하는 착각 속에서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퍼피 클래스를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한 자두는 거침없이 다음 단계로 올라갔다. 독일어로 '융훈데(Junghunde)' 또는 '유겐트(Jugent)' 클래스라고 하는데, 사람으로 치면 중고등학교에 해당하는 청소년 대상 교육을 의미한다. 개는 생후 7~8개월 되면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다. 성견이 되기 직전의 강아지들을 대상으로 한 훈련이 유겐트 과정인 것이다.
유겐트 클래스로 진학하여 자두가 교육받은 첫날, 주니와 나는 주위를 둘러보고 깜짝 놀랐다. 자두를 비롯하여 3마리 정도만 소형견이고, 나머지 10여 마리가 모두 우람한 사이즈의 중대형견들이었기 때문이다.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자두와 우리 주변을 감돌았다. 퍼피 클래스의 부드러운 분위기는 사라지고, 진정한 충견으로 거듭 태어나기 위한 긴장감이 훈련장을 가득 채웠다.
수업은 주인과 반려견이 서로 눈을 마주 보고 교감을 나누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강아지가 앉아 있는 상태에서 보호자가 그 주위를 돌며 집중력을 유지하는 훈련을 반복했다. 때로는 훈련사들이 강아지 곁을 지나가거나 수레를 밀고 다니며 제대로 집중하고 있는지 테스트하기도 했다. 교육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강아지들을 수레에 태워서 한 바퀴 돌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퍼피 클래스가 놀이와 보상 중심의 '해피 타임'이었다면, 유겐트 과정은 본능을 억제하고 규율을 강조하는 '진짜 사나이' 시간이었다. 넓은 교육장을 최대한 활용하여 각자 산책을 시키면서 훈련사의 지시에 따라 멈추거나 앉히거나 엎드리게 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유럽에서 대형견들이 거리를 산책할 때, 주인에게 순종하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무관심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훈련 강도는 점점 세졌다. 산책하며 줄을 끌 때에는 한쪽 방향으로만 걸어가게 통제했다. 산책하는 개들의 동선을 넓히기도 하고 좁히기도 했다. 개들이 밀집해서 걷다 보면 옆에 지나가는 개에게 달려들거나 짖기 마련이다. "안 돼"라는 뜻의 "나인(Nein)!"을 크게 외치는 소리가 훈련장 여기저기에서 메아리쳤다. 심한 경우, 개가 움직이지 못하게 손으로 강하게 누르는 모습도 보였다.
퍼피 클래스에서는 30분 훈련 후 놀이 시간이 되면 자유롭게 뛰놀 수 있다. 모든 교육을 마치고 훈련장을 떠날 때에도 그냥 가면 되었다. 하지만 유겐트 반 학생들은 훈련사의 오케이 사인이 있어야만 다음 단계로 이동할 수 있다. 입구를 지키는 훈련사 앞에서 보호자의 지시에 따라 얌전히 앉아 기다리는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통과가 가능한 것이다.
실제로 놀이 시간에 울타리 안에서 친구 강아지들과 신나게 뛰어다니는 자두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훈련장을 쳐다보고 당황한 적이 있다. 훈련시간에 유난히 보호자 말을 따르지 않거나, 놀이 공간에 들어가기 위한 '앉아' 테스트에 통과하지 못한 개들이 별도로 계속 훈련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한 통제와 반복 훈련 속에서 개들은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서서히 터득하고 있었다.
우리 자두가 유겐트 클래스에 등록하여 교육을 받은 지 한 달이 지나간다. 1주일에 한 번씩 총 10회를 출석해야 하니 이제 절반 정도 다닌 셈이다. 처음에는 퍼피 클래스와 확연히 다른 훈련 분위기에 조금 주눅 들기도 했지만, 이제는 순조롭게 적응하고 있다. 수업이 반복되다 보니, 몇몇 개들과는 친한 친구 사이가 되었다.
퍼피 과정 때는 자두가 동급생 중에서 평균 정도의 크기였지만, 유겐트 과정에서는 제일 작은 축에 속한다. 덩치 큰 개들 사이에서 크게 뒤떨어지지 않고 잘 따라가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어느덧 자두와 정이 든 훈련사는 "야두, 야두" 하면서(독일어에서는 'Ja'가 '야'로 발음됨), 우리 곁에 다가와 잘하고 있는지 살펴주고 어떻게든 도와주려 애쓴다.
지난주에 훈데슐레 교육을 마치고 난 후에는 훈련사 아주머니가 '야두'에게 간식을 주면서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었다. 쌀쌀한 초겨울 날씨로 접어들면서 개들도 감기에 걸리는 경우가 많은데 주로 침으로 전염되니 공용으로 제공되는 물은 절대 먹여서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했다. 훈련장에서는 강한 카리스마를 보이면서도, '야두'를 위해 따뜻한 관심을 보여주는 반전 매력에 주니와 나는 진정 고마움을 느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비롯한 독일어권 국가에서 운영하고 있는 개 전문 교육시설, 훈데슐레는 궁극적으로 사람과 개가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지향한다. 이를 위해 개의 본능을 적절하게 통제하고,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주인과 개가 서로의 눈빛만으로도 교감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사람이든 개든, 결국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는 본능에 이끌려 자기 편한 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을 이성적으로 제어하면서 가족과 주위 동료들을 배려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힘든 과정이다. 무수한 시행착오와 새로운 다짐, 좌절과 기쁨이 교차하는 기나긴 여정이다.
나와 주니 그리고 자두는 매주 훈데슐레를 다니며 조금씩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