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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영 Feb 08. 2022

노련한 손길

시인 김소연

  노련한  손길이 사과 한 알을 깎듯, 지구를 손에 들고 깎아서 만든 길, 그 길고 긴 길의 한쪽 끝에 한 개의 당신이, 또 한쪽 끝에 또 한 개의 당신이, 나는 아침마다, 나는 밤마다, 두 개의 당신을, 나 하나와, 나 하나와, 나 하나를 세워 두며, 바통을 잇는 달리기 선수처럼, 그 모퉁이, 모퉁이마다 무수한 내가, 언젠간, 이 길의 끝장을 집어들고, 미역처럼 둘둘 걷어, 국을 끓여, 그리하여 그것이, 나의, 마지막 안부, 어느 쪽으로 달려가도 언제나, 반대쪽으로 뒤통수가, 언제나, 그러나 언제나, 셋도 아니고 넷도 아닌, 딱 두 개인,





  필사17/ 2022. 02.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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