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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영 Feb 14. 2022

걷기예찬 中(3)

다비드 르 브르통 산문집

  스티븐슨은 대번에 보행자에게 왜 고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이론을 내놓는다. ‘도보로 산책하는 맛을 제대로 즐기려면 혼자여야 한다. 단체로, 심지어 둘이서 하는 산책은 이름뿐인 산책이 되고 만다. 그것은 산책이 아니라 오히려 피크닉에 속하는 것이다. 도보로 하는 산책은 반드시 혼자 해야 한다. 왜냐하면 자유가 그 내재적 속성이기 때문이고 마음 내키는 대로 발걸음을 멈추거나 계속하여 가거나 이쪽으로 가거나 저쪽으로 저쪽으로 가거나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걷기 챔피언 옆에서 뛰다시피 따라 걷거나 데이트하는 처녀와 함께 느릿느릿 걷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만의 보조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로는 처음부터 생각이 뚜렷하다. 그는 이렇게 쓴다. 

   ‘확신하거니와, 내가 만약 산책의 동반자를 찾는다면 나는 자연과 하나가 되어 교감하는 어떤 내밀함을 포기하는 것이 된다. 그 결과 나의 산책은 분명 더 진부한 것이 되고 말 것이다. 사람들과 어울리고자 하는 취미는 자연을 멀리함을 뜻한다. 그렇게 되면 산책함으로써 얻게 되는 저 심오하고 신비한 그 무엇과는 작별인 것이다.’     



  스티븐슨이 자주 인용하는 해즐리트 또한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은 심정이다. '방 안에 있을 때는 나도 남과 어울려 지내는 것을 즐긴다. 그러나 일단 밖에 나서면 자연만으로 충분하다. 내가 혼자일 적만큼 덜 외로운 때는 없는 것이다. 나는 걸으면서 동시에 말을 하는 것이 지성의 증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들판에 나가면 들처럼 식물이 되어 지내고 싶다.' 그렇지만 특수한 곳으로의 보다 긴 여행의 경우라면 해즐리트도 동행을 싫어하지 않는다고 인정한다. '친구도 동반자도 없이 아라비아 사막을 가면 거의 숨이 막히는 기분이 될 것이다. 아테네나 고대 로마의 장관을 보게 되면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피라미드들은 너무나도 기막힌 것이어서 그저 혼자서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필사 20/ 2022.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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