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거울과 뜨거운 차 한 잔

김소연

 우리는 이따금 사랑하는 사람에게 차가운 거울이 되어 마주할 때가 있다. 차가운 거울과 거울의 마주함은 끝없는 복제와 복제를 낳아 무한대의 영역 속에 서로를 가두게 한다. 그렇게 이따금 사랑하는 사람을 골똘히 마주하다 마침내 감옥에 가두고야 만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나 사랑하는 사람과 뜨거운 차 한 잔을 원한다. 찻잎이나 차 열매가 물기 하나 없이 건조된 후에야 뜨거운 물과 조우할 수 있듯이, 사람도 그와 같다. 충분히 건조되었을 때에야 온몸으로 응축하고 있던 향기를 더 향기롭게 퍼뜨리는 뜨거운 차 한 잔처럼, 사람의 마음과 마음이 마주한 시간도 그와 같다. 향기롭게 발산하기 위하여 나에겐 언제나 따듯한 물과 같은 당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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