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오세영
- 오세영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
무지개나 별이나 벼랑에 피는 꽃이나
멀리 있는 것은
손에 닿을 수 없는 까닭에
아름답다
사랑하는 사람아,
이별을 서러워하지 마라
내 나이의 이별이란
헤어지는 일이 아니라 단지
멀어지는 일일 뿐이다
네가 보낸 마지막 편지를 읽기 위해선
이제 돋보기가 필요한 나이,
늙는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멀리 보낸다는
것이다
머얼리서 바라다볼 줄을
안다는 것이다.
- 시집 『꽃들은 별을 우러르며 산다』(시와시학사, 1992)
<단상>
나이가 들어 좋은 건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매사에 조금 여유가 생겼다.
‘그럴 수도 있지.’ ‘그래도 괜찮아.’
가지지 못했기에 더 아름답고, 만나지 못해도 가슴에 담을 수 있게 되었다.
몇 년 전부터 시력이 흐려지고 초점이 잘 맞지 않는다. 그깟 시력… 이 아니라, 자신감도 줄었다. 왠지 어리숙해진 나를 마주하게 되었다. 그러다 돋보기를 썼다. 그제야 가장 가까운 나 자신이 보였다. 부끄러운 건 결국 나였다. 그래서 겸손해지고 조금은 온순해진다. 그렇게 나 자신을 조금씩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다른 것들은 멀리서 바라봐도 아름답지만,
유독 늙은 어머니를 멀리서 지켜봐야 하는 일은 마음 아프고 참 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