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걸핏하면 눈물이 나는지

시인 이향아

by 지영

나는 왜 걸핏하면 눈물이 나는지


- 이향아



나는 왜 걸핏하면 눈물이 나는지

어깨를 들먹이며 흐느끼는 구름

꽃다발 연기 속에 가을 강물 불어서

물길 따라 바다까지 걸어가고 싶은지

산모롱이 골짜기 쉬어서 보면

처음 보는 땅마다 아름다움뿐인지

눈을 뜨고 바라보는 과분한 햇살

넘보라 넘빨강색 크레용으로

옛날 걷던 골목마다 그리움인지

나는 왜 걸핏하면 가슴이 저린지

아무것도 아냐,

아니라고 하는데도

나는 왜 잔걱정

떠날 날이 없는지


- 이향아 시선집 『아지랑이가 있는 집』(시월, 2010)




<단상>

어떤 단어 하나에도 맥없이 눈물이 났다. 그렇게 걸핏하면 눈물이 났다.

내 안의 어린 자아는 늘 울보였다.


할머니의 ‘뚝!’ 소리에 울음을 그대로 집어삼켰는데, 그것이 그제야 터져 나왔던 것이려니……

채 울지 못했던 것이 터져 나오던, 어떤 날이 있었다. 서른도 훌쩍 넘은 어느 날이었다. 파란 하늘도 창 안까지 들어와 그런 나를 보듬어 같이 울어 주었다.


그런 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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