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조승리 에세이 ; 6일 차 116~136p

by 지영

마음이 괴로웠다. 울지 않으려 했는데 눈물이 났다.

나는 늙은 부모를 부양할 수 있을까?

부모가 평생 자식을 책임져야 한다면 얼마나 숨이 막힐까?

나는 엄마한테 미안해서 울었다.

할머니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되었다. 평생을 자식에게 저당 잡혀 살다가 이제야 자유로운 몸이 되었건만, 자녀들은 효도라는 명목으로 겨우 찾은 자유를 빼앗으려 한다. 그녀는 죽어서라도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나를 향해 환히 웃던 노인의 얼굴이 또렷이 생각났다.(p.131)



< 단상 >

마지막일 수도 있으니 자기를 보러 오라는 황급한 목소리, 여기저기 암이 전이 되어버린 친구의 전화다. 딸아이를 낳고 외출 한 번이 자유롭지 않았던 친구다. 장애를 가진 딸아이를 한시도 내버려 둘 수 없었는데, 철렁 암에 걸렸고, 그래도 딸아이를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이곳저곳으로 암이 전이되어 버리니, 친구와 가족 모두는 정말 숨이 꽉 막혔다. 이십 대 중반을 넘어서는 데도 해맑은 아이의 웃음을 가진, 저 아이를 시설도 다 거부를 해버리니, 친구는 이길 수 없는 제 몸과 아이 사이에서 얼마나 울었을까.


뇌출혈로 쓰러져 의식 없는 아버지에게 나는 ‘아빠, 그냥 가요’라고 말했다. 오빠와 올케에게, 그리고 나를 비롯하여 자식들이, 내 아빠를 버거운 짐으로 여기게 될까 봐, 이미 뇌출혈이 진행되고 있었다는 의사의 진단을 근거로, 그대로, 그냥 영계로 가시라 한 것이 나의 말도 안 되는 마지막 효도였다. 마음으로는 내가 모시고 싶었는데.... 시아버지 암투병을 두고, 나는 내 아빠를 그렇게, 그렇게 그냥 보내 드렸다. 그냥 가시라고 했다. 아버지를 위한 효도였는지, 나를 위한 이기심였는지, 내 양심은 알고 있다. 오늘도 생각했다. 아빠가 나에게 얼마나 서운해하셨을까... 아빠에게 나는 어떻게 사죄를 해야 할까... 홀로 남은 엄마에게 전화만 걸어서, 식사는 하셨냐고... 물을 뿐이다. 시아버지가 결국 돌아가시고 시어머니를 단숨에 모셨지만, 네 시어머니에게 잘해라, 하시는 내 엄마는 서울에 홀로 계신다. 거동도 불편하신데....


‘존재만으로 서로의 기쁨이어야 하는데’ 부담과 죄책감의 양이 자꾸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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